어느 부족의 성인식은 남자아이가 혼자 숲에서 밤을 지새우고 나와야 치를 수 있단다. 아직 어린 남자아이가 홀로 숲속에서 밤을 지새울 때, 바람에 술렁이는 나뭇잎 소리조차도 무서울 것이다. 멀리서 으르렁거리는 짐승 소리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눈빛을 번득이며 달려드는 짐승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푸르스름하게 여명이 밝아올 무렵, 아이의 눈에 처음 들어오는 것은 가까이에서 같이 밤을 지새운 아버지란다. 혹여라도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가까이 있던 아버지는 무기를 들고 달려들어 도와줬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가 느꼈던 것은, 그러한 성인식을 통해 담대해지는 남자아이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 어려운 일 가운데에서 늘 곁에 누군가가 함께한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너무나 힘이 들면, 서 있을 수조차 없다는 것을 나는 가정이 깨지면서 알았다. 일어설 기운조차 없어서 침대에 똬리를 틀고 누워만 있다가, 나갈 일이 있으면 샤워기를 머리에 얹어 놓고, 앉아서 겨우 씻었다. 그렇게 힘들 때, 내 곁에는 형제들이 있었다. 위로해 주고, 살길도 열어 주었다. 꺽꺽거리고 울고 있으면 오빠는 기가 막히게 알고 미국에서 전화해 위로해 주기도 했다. 언니가 나를 위해 기도를 참 많이 해준 것도 힘이 되었다.
사라의 종이었다가 아브라함의 아이를 밴 하가르는 광야에서 죽을 지경이 되어 울며 부르짖을 때, 하느님이 곁에 있음을 알았다. 야곱은 형을 피해 광야에서 한뎃잠을 자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 하느님이 곁에 있음을 알았다. 신기하게도 모두 힘들었을 때, 내 곁에 누가 있으므로 힘을 얻었다.
세상이 하 수상해서, 수상한 일에 대응하느라 많은 사람이 힘들 때다. 비즈니스 하는 분들도 그렇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도 그렇고, 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 산불 끄느라 애쓰는 소방관들도 그렇고, 코로나로 힘든 의료종사자분들도 그렇고 힘든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데 뭐 하나 대단한 것 없어 아무것도 못 하는 나는 그저 미안해서 모두 무사하기를 기도만 하고 있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도 멀리서 기도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힘든 많은 분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싶다.
<송일란 (교회 사무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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