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정이 코로나로 일상이 바뀌기는 했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분주하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아침 일찍부터 화상 수업을 챙기느라 바쁘고,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은 장소만 집일 뿐 일이 많아 컴퓨터 앞에서 움직일 수가 없단다. 그러나 우리 집 아침은 늘 느긋하다. 깨워야 될 아이도, 정시에 일을 해야 할 남편도 없다. 분명 나도 분주할 때가 있었는데 내겐 아주 오래 전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결혼도 사계절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해서 단 둘이 살며 신혼의 재미를 알콩달콩 느끼는 시절을 봄이라고 한다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바쁘게 사는 시절을 여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출가를 할 때까지 성인으로 함께할 때가 가을이라면 모두 출가하고 부부만 남았을 때를 겨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비교적 일찍 결혼을 해서 친구들에 비해 모든 순서가 빠른 편이다.
부부만의 봄을 느낄 새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여름을 보냈다. 지나고 보니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일하고 돌아서면 밥을 해야 하고 아이들 숙제를 챙기느라 정작 나는 어디 있나 싶었지만 그 속에 내가 있었고 온 가족이 도란도란 함께했던 식탁이 지금도 너무 그립다. 어른들은 그때가 좋을 때라 하셨지만 그 시절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대학에 갔을 때쯤엔 내 일이 더 바빠졌고, 직장을 다닐 때는 아이들을 통해 몰랐던 또 다른 미국을 배우며 가을을 지냈다. 그러다 두 아이가 모두 출가하고 나니 지금은 덜렁 우리 부부만 남았다. 그럼 내겐 지금이 겨울일까?
부부들마다 사계절은 모두 다를 것이다. 봄이 긴 사람. 여름이 없는 사람. 가을이 너무 긴 사람. 겨울을 지내보지 못한 사람….. 참 감사하게도 나는 세 계절을 잘 지내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아주 특별하지도 않고 너무 덤덤하지도 않은 세월을 보내고 남보다 조금 일찍 맞는 겨울이다. 부부가 살면서 좋은 일만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함께할 사람이 지금도 곁에 있음이 감사하다. 더 건강하게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내며 훗날 우리 부부의 겨울도 좋았노라 추억하고 싶은데 몸은 봄부터 고생을 해서 그런가 자꾸 고장이 난다. 그런 우리 부부의 아침은 약을 먹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저녁은 이렇게 하루를 맺는다. “약 먹었어요? 굿 나잇!”
<양주옥 (피아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