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만화영화 중에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것이 있었다. 우주를 탐사하다 조난을 당한 아버지를 구하러 나서는 13살 아들의 모험을 그린 공상 애니메이션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그 만화에서 시대적 배경으로 그리고 있던 ‘2020년’이라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만화에서 그려지던 만큼은 아닐지언정 무서울 정도의 가속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마운틴뷰 다운타운에서 식료품 배달을 하고 있는 작은 로봇들을 보았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이리저리 잘 피하고, 혼자 건널목도 건너고, 한 마트 옆에 주차도 정확히 잘한다.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도 곧 현실화가 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무엇보다 우리 삶의 가장 큰 변화의 매개가 된 것이 스마트폰의 보편화인 듯하다. ‘바보 상자’라 불리던 것이 ‘스마트 TV’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우리의 휴대 전화도 너무나 스마트해졌다. 집안의 조명과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 컨트롤은 말할 것도 없고, 가끔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은 스마트폰에 오싹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편리’해진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래서 내 삶이 더 ‘편안’해졌는냐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특히 아무때고 울리는 휴대폰의 이런저런 알람 소리들이 나를 편안하지 못하게 한다. 조금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자 무음 모드로 바꿔놓아 보기도 하지만, 이내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연락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과 불안함에 휴대폰을 확인해 보는 것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반복된다. 기술의 혁신으로 개인에게 주어진 여유 시간은 이내 더 일하고 경쟁하느라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
사람도 땅도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쉬어야 하고, 겨울이 와서 추워지면 쉬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데 요즘 시대는 별이 아닌 조명으로 지구의 밤은 눈이 부시고, 추우나 더우나 쉴 틈이 없으니 현대인들의 정신이 건강할 수 있겠냐며 한숨 지으시던 한 어르신의 말씀이 떠오른다. 더 편리한 세상도 좋지만 그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좀 더 편안한 마음과 건강한 정신으로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사회적 고민과 노력이 절실한 2020년의 끝자락이다.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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