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른들은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젊었을 때는 그 말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기 나이 수만큼 빠르게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는 말인데 정말 한 해가 다 지나갔다. 2020년을 시작하며 계획했던 일들이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때문에 수정되거나 멈춰진 경우가 많았다. 곧 나아지기를 바라던 소망은 점점 줄어 들었고 일상의 많은 삶이 변화되어야 했다.
과연 이런 시간이 끝나기는 할까 주저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 되었다.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갇혀 지내다 여름이 되었고, 더운 날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달래다 보니 단풍은 빨갛게 되어 온 세상을 가을빛으로 물들여 주었다. 그런 가을을 더 느끼고 싶은데 어느덧 집집마다 처마 밑을 예쁘게 장식하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세월은 흘러 벌써 한겨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변화된 일상에 적응하며 살아간 날들이 그렇게 헛된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위생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함을 배웠고 먼 거리를 달려가 만나야 했던 사람들을 컴퓨터의 작은 화면을 통해 만나며 지구촌이 또 다른 하나가 되는 법을 알아갔다. 또 분주하던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도 더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은 한 해였지만 그래도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아픈 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하루 종일 환자들을 보살피는 의료진과 수많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백신 개발에 몰두했던 연구원들,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문 밖에 걸어 두던 보이지 않는 손길들… 우리의 변화된 일상을 위해 수고한 많은 분들이 있기에 이렇게 오늘을 살아갈 수 있었다. 내가 소중하지만 그만큼 내 이웃도 소중하게 여겼기에 양보하고 희생하며 잘 견디지 않았을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내 인생이라고 나 홀로 걷는 길은 없다’고. 내 인생에 함께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가 살아갈 수 있었다는 말이다. 겨울이 있어야 봄이 오듯 오늘 하루도 감사함으로 살며 다가올 내일도 감사함으로 기대한다면 새해엔 코로나도 물러가고 우리 모두의 봄도 찾아오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감사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다.
<양주옥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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