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에 별문제가 없었는데 요새 들어 몸에서 자꾸만 이상 신호를 보냅니다. 소화가 잘 안된다든지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든지 등등...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제 앞에서 어른거리는 첫째딸과 남편의 부쩍 두둑이 나온 배가 눈에 띄었습니다. 살도 빼고 소화도 시키고 숙면을 위해서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들 저녁 먹고 동네 한바퀴 돌자고 제안했습니다. 웬일로 남편까지 흔쾌히 좋다는 동조에 정말 오랜만에 가족이 집 밖으로 나와 동네 한바퀴를 도는 아주 가벼운 운동을 하였습니다.
개짖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이른 저녁이지만 밤하늘의 달도 보고 별들도 보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떠들며 걷는 밤길이 제법 재미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동네 한바퀴를 또 한번 돌았습니다. 두번째 돌 때는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이웃집들의 차에도 시선이 가고 창문 뒤로 아직까지 반짝이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삿짐을 거의 싸서 거실이 텅 비어 있는 집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군가 또 정든 곳을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에 아이들과 한참 정겹게 걷던 밤길이 갑자기 쓸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구세군 이사회 모임에서 일년 사이에 많이 변해 버린 샌프란시스코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 내용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9만명이 이 정든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라는 보고였습니다. 뉴스를 통해 어쩔 수 없이 원격 재택근무 방식으로 변해 버린 근무환경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일년 사이에 9만명이 한 도시를 떠났다는 것은 참 보기 드문 현상인 듯합니다. 아마도 비싼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 사람도 있겠고 바이러스 때문에 인적 드문 곳으로 떠난 사람도 있겠지만 다 말 못할 각자의 이유로 이 어려운 시기에 급하게 이사를 떠났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이고’라는 한숨과 동병상련의 안쓰러움이 밀려옵니다.
짤막하지만 매일 저녁마다 진심으로 기도했던 열살 된 큰딸의 소원인 치료제, 백신이 나오긴 나왔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늘은 제 딸에게 기도 제목을 좀 바꿔보라고 말하려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라고.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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