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인의 50세 생일 축하 파티에 초대받아 뉴올리언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오랜 친구들이 가족을 동반하여 열광적으로 주인공을 축하하는 현장에 있어 보니, 나도 언젠가 남편의 50세 생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었다.
그후 몇 년이 지나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로 인해, 늘상 출장 스케줄로 바쁘던 남편은 갑자기 집돌이가 되었다. 워낙 사람 좋아하고 만남을 즐기던 사람인지라 하루하루 뭔가 허전해 보였기에, 만50세 생일을 앞두고 깜짝 이벤트를 야심차게 구상해 보았다. 일단 선후배/친구/동료들 40명 가량을 리스트업하였고, 영상 축하 메시지를 자유롭게 녹화하여 비밀리에 보내주십사 카톡, 전화, 메일 등을 통해 요청드렸다. 가장 고난도일 것 같던 중국에서 그 다음날 바로 1호 영상이 도착하였고, 그에 탄력을 받아 좀더 적극적으로 과감히 추진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바쁘신 중에도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셨고, 각자 있는 곳에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감동으로, 진솔하고 기발하게 만들어서 보내주셨다. 아들은 멀리 학교에서 트럼펫으로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연주한 영상을 보내왔고, 한국서 쌍둥이 조카들은 ‘찐이야’ 노래에 맞춘 댄스를 보내왔다. 혼자 계시는 어머님도 50년 전 아들 낳던 순간을 회상하는 뭉클한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속속 도착하는 귀한 영상들을 연결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일단 후배들, 절친들1, 절친들2 세 파트로 나눠 연결하고 가족 파트까지 총 4부작 1시간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 계정에 비공개로 미리 업로드해두었다.
드디어 생일 당일, 평상시처럼 무심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 8시 정각에 거실 티비로 준비된 영상을 개봉하였다. 예상치 못한 반가운 얼굴이 하나씩 눈앞에 등장할 때마다 마냥 신기해 했고,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언어로 전해진 사랑과 정성에 한껏 감격했다. 아마 ‘코비드19’과 ‘50세’가 아니었다면 시도하지도 못했을 텐데, 언제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흐뭇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당신의 또 다른 50년을 기대하면서, 지금처럼 건강하게 벗들과 교류하며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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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은씨는 영국/중국/홍콩 12년, 미국생활 10년 차의 주부이다.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글쓰기 활동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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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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