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을 장만하고 이사를 하니 사야 할 물건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네살과 두살, 건강한 두 남자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거실에는 직사각형의 커피테이블이 어울리겠지’ 하면서도 열심히 뛰어다닐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래, 둥그런 타원형 테이블을 두자’라고 생각하게 되고 ‘깔끔하고 모던한 다이닝 테이블을 두자’라고 생각하다가도 ‘하이체어에 앉아서 매일 색칠공부며 공작놀이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둥그런 타원형 테이블도, 색칠공부를 하는 다이닝 테이블도 금새 닳고 또 닳을 것이 눈에 훤했다. 두 아이들이 그것들을 조심히 다뤄줄 일은 만무하다. 디자인이 예쁘고 집에 좀 더 어울릴 만한 새 가구들을 들여놓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그 무엇보다 아이들이 우선이다.
그래서 나는 중고거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중고거래라니! 일본에서 생활할 때 중고거래의 개념은 그저 자기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적당한 값에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미국에서의 중고거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중고거래가 대부분이였다.
하루는 장난감 수납함을 거래를 하게 되었다. 물건을 파는 셀러도 남자아이가 둘이라 내 생활이 상상이 간다며 만나기 전부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물건을 가지러 가보니 이건 웬걸? 자기집 차고를 열더니 아이들 필요한 물건을 다 가져가라는 것이다. 이것은 모가 나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안전하다는 둥 이것은 특히 남자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장난간이라는 둥… 물건 하나하나를 같이 보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수납함 하나의 값에 트렁크 가득 아이들 물건을 싣고 왔다. 또 한번은 다이닝 테이블을 사러 갔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또 나누다가 셀러인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더 안전한 테이블이 있다며 더 마음에 드는 테이블을 가져가라며 보여주신다. 그러고는 젊은 사람이 이사하면 필요한 게 한두개가 아니라면서 꽃병이며 장식품이며 선뜻 다 내어주셨다. 그러면서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에피소드들 다 들려주신다. 듣고 보니 그 물건이 더 귀하고 소중하게 보였다.
‘거래’라는 것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미국에서의 중고거래는 물건과 함께 사람의 인연 그리고 추억을 함께 선물받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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