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타는 거리에 서면/나는 영원한 자유인일세/그 꿈의 거리에 서면/나는 낭만으로 가득찰 거야]로 시작하는 ‘동숭로에서’라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직도 여전히 마음 한켠이 설렌다. 대학 입시를 마치고 가장 먼저 달려간 혜화동 대학로에서, 내가 드디어 대학생이 되어 대학로에 섰다는 사실만으로 너무도 짜릿하고 뿌듯했다. 대학 시절 귀갓길에는 중간지점 성대 앞에 내려 대학로 거리를 노니다가 늦게 들어가곤 했었으니, 내가 참새였다면 대학로는 영원한 방앗간이었고 편안한 놀이터였다. [많은 연인들이 꿈을 나누고/리듬 속에 춤추는 거리]
재작년 가을 어느날, 서울에서 오후 약속을 마치고 택시를 탔다. 혼자 딱히 할 일도 없었던지라 뭐할까 하던 차에 뇌리에 스친 장소, 택시 기사님께 경로를 바꿔 대학로로 가달라고 부탁드렸다. 마로니에 공원 앞에 도착하여 그 찬란한 오후 시간에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젊은 날의 회상과 추억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던 탓일까.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붉은 석양을 등에 지고/걸어오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주변을 배회하다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앞에 두고, 해외에 살면서 내내 그리워하면서도 자주 찾아오지 못한 나 자신과, 지나간 20대 당시의 감성을 복기해 보았었다. [우리들의 이야기들은/가슴 속에 빛나고 있네]
그러다가 얼마전 늦은 아침을 먹고 치우려는 참에 추천 영상으로 뜬 ‘눈내리는 대학로’ 편을 발견했다. 아무런 대사나 설명없이 카메라의 시선으로 동네 곳곳을 보여주는 시리즈 중 하나였다.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듯, 함께 그 거리를 저벅저벅 걷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어느새 디카페인 커피 한잔을 타들고 한껏 화면 속에 집중해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이젠 그토록 좋아하던 커피도 몸에 안 맞아 디카페인 커피로 아쉬움을 달래게 되었다- 근 한 시간 남짓, 굵은 눈발이 날리는 대학로 골목길을 나도 마음으로 묵묵히 따라 걸었다. 아직도 눈앞에 선한 곳곳의 지점들이 화면 속에서 나를 부르는 듯했으니. 내 입에서 저절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 한국 가고 싶다, 저 곳에 다시 가고 싶다, 자유롭게 거닐고 싶다!” 격리나 감염의 부담없이 다시 찾아갈 수 있을 그날에 가수 권인하씨처럼 시원하게 내지르고 싶어졌다. [별빛처럼 아름다운/추억을 간직하고 싶어/사랑과 음악이 흐르는 이 밤/이 거리에 나는 서 있네]
*‘동숭로에서’ 노랫가사 인용 부분은 [, /, ]로 표시했습니다.
<채영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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