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일본어학교에 가지 않게 된 첫째는 학교 수업을 1년 넘게 줌(Zoom)으로 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번, 50분 동안 쉼 없이 진행되는 수업에 아직 네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을 컴퓨터 모니터 앞에 긴 시간 앉혀 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덕분(?)에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수업도 부모와 함께 참가할 수 있게 되어 좋다고 하지만 매번 숙제를 프린트아웃하고 숙제를 챙기고, 수업 당일 여러 준비물을 선생님을 대신하여 준비해야 하는 것이 초보 엄마인 나에게는 사실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었다.
하루는 유난히도 큰아이가 집중을 못하고 의자에서 몇번을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했다. 미리 프린트 아웃을 해 둔 수업교재는 낙서로 엉망진창을 만들어 두었다. 참다참다 한계에 다다른 나는 그대로 컴퓨터를 끄고 말았다. 그러고는 재차 아이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왜 집중을 못하니, 끝나면 엄마가 과자 준다고 했잖아. 선생님이 율동하는데 왜 따라하지 않는 거야”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또 하루는 선생님이 숙제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선생님이 잘했다고 큰아이를 칭찬하자 큰아이는 “이건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엄마가 색칠한 부분인데요”라고 또렷이 말을 한다. 옆에 있는 나는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고는 그날 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일본어 수업시간만 되면 큰소리를 내는 큰아이와 내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고 한다. 남편과 나는 아이를 일본어 학교에 보내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분명 시작은 아이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일일텐데 언제부터인가 초심을 잃고 ‘엄마의 욕심’으로 나는 이 아이를 천재로 만들고 싶었나 보다. 학교에서 일등 하고 늘 선생님께 칭찬을 받는 아이로 만들고 싶었나 보다. 말 그대로 코로나 덕분(?)에 아이와 수업을 함께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나 역시도 즐기면서 하면 되었을 일을 엄마 욕심으로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초보 엄마인 나에게는 난생 처음 해 보는 육아도, 난생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도 어렵지만 꼭 이겨내야 하는 큰 숙제임에 틀림없다.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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