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사태로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손자, 손녀들을 자주 만날 수 없고, 친구나 친지들과 만나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누며 담소를 즐기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세상이 좋아지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첫째는 손자, 손녀들을 보러갈 것이고, 둘째는 제일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것이다. 그리고 마음 편히 남편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예전에 다녀왔던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유튜브를 통해, 그때에는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당시로 돌아가서 즐기는 여행자가 되어본다.
2년 전 서울에 살고 있는 언니 두 분을 초청하여 세자매가 알래스카 크루즈를 다녀왔다. 여자 형제들끼리만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떠난 여행은 무척 재미있었다. 처형들에게 용돈까지 주며 응원해준 남편이 고맙다. 장학사로 정년 퇴직하신 큰언니는 생활 영어를 할 수 있어서 혼자서도 방 밖으로 나가 많이 즐기고 돌아왔지만, 아예 영어라면 입을 떼지 않는 작은언니는 내 옆을 떠나지 않아, 우리 둘과 큰언니는 서로 찾아다니느라 숨바꼭질을 많이 했다. 지금도 카톡으로 언니들과 통화하면, 알래스카에 다녀온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큰언니와 재미있게 보냈던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원치 않던 여러 가지 제약으로 몸은 떠나지 못해도 마음은 자유롭게 방랑자가 되어본다. 몇 년 전 서울에 다니러 갔을 때 방문했던, 어릴 때 다녔던 초등학교 운동장, 눈 쌓인 알프스의 인터라켄 유스 호스텔, 비 내리던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베드로 성당, 렌터카로 시속 200Km로 달렸던 독일의 아우토반, 라인강의 원류인 벨기에의 산속 깊이 자리한 스파(지명 이름), 멕시코시티의 조나 로사, 해바라기 꽃밭이 끝없이 펼쳐진 이탈리아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있는 아시시(Assisi), 캐나다의 밴프, 그랜드 캐년, 일본의 오사카 성과 큐슈 온천….
우리 모두가 팬데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꼭 다시 가고 싶은 정겨운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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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례(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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