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해마다 3월에 Multicultural Fair(다문화축제) 행사를 개최하였다.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국을 대표하는 음식과 기념품을 판매하고, 각종 공연을 선보이는 축제의 장이었다.
아이가 9학년일 때, 굳이 외부에서 한국 공연팀을 섭외하기보단 다소 서툴더라도 재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뭔가 해보자는 의견이 한국 엄마들 모임에서 나왔다. 그중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뒤집어 놓고 긴 막대로 둥둥 두들기는 방식, 이름하여 ‘난타’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일단 영어권을 포함한 한국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참여를 권유하였고, 10명 남짓 인원이 모여 한달 전부터 기초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방과후 각종 시즌별 스포츠와 액티비티 스케줄로 인해 너무 바빠서, 전원이 모여 연습할 수 있던 날은 거의 한두번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엄마들은 돌아가며 간식을 준비했고 플라스틱 통들을 챙겨 나르고 아이들 픽업을 도왔다. 아이들끼리도 빠진 아이들을 서로 격려해 가며 자기들 방식대로 안무를 제안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시간을 쪼개어 함께 연습하면서 사춘기 스트레스 해소의 방편이 되었는지, 있는 힘껏 두들기는 바람에 부러진 막대와 갈라진 플라스틱 통도 허다했다.
드디어 무대에 오르던 날, 검정색 상하의로 맞추고 머리에 띠를 두른 아이들은 무대에서 친구들의 열띤 환호 속에 준비한 것들을 실수없이 선보였다. 처음엔 저 애들 도대체 뭐 하는 것인지 생소해했던 사람들은 해가 갈수록 반응이 뜨거워졌고, 학교 측에서도 재학생들이 주축이 된 이런 힘찬 공연이 거의 없었다며 매년 무대에 반드시 서줄 것을 부탁해왔다. 더불어 K-POP의 인기 또한 날로 더해져서 그 신나는 인기 음악들과 화려한 개인기를 곁들임으로써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의 관객들 호응도 더 커져갔다. 우리 아이도 4년 간의 난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장단과 두들김에 매력을 느껴 대학에서 사물놀이팀 큰북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난타를 통해 한국 아이들이 마음속에 자긍심을 가지는 기회가 되었길, 합력하여 당당히 성과를 이뤄냈음을 학창시절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나아가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로 쉬지만, 내년 3월엔 일곱번째 새로운 난타가 그곳에서 다시 울려날 수 있길 기대한다.
<채영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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