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넘쳐나는 TV드라마 시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이유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탄탄한 대본과 흡입력을 가진 작품을 만나기가 도통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꾸준히 보게 된 한국 드라마 ‘나빌레라’는 그런 면에서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다.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월화드라마이며, 안면의 깊은 주름마저 살아 연기하는 듯한 배우 박인환씨의 첫 주연작이다. 일흔 넘어 평생의 꿈이었던 발레를 시도하면서 가족들의 반대와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사회적 선입견 등에 당당히 맞서는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동안 평생 마음속에만 간직해 오던 소망을 실현하려는 간절한 마음, 점차 흐려져 가는 기억과 쇠잔해 가는 체력이라는 악조건 하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춤선의 모습이 가슴에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문득 내 옆을 돌아보니 작년에 오십이 된 남편도 늦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다며 새로운 분야의 도전을 시작하였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에 한껏 몰두하여 하나하나 준비해 가는 과정 중인 그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 보여 부럽기만 하다. 그에 비해 현재 나의 모습은 남들보다 뛰어난 운동신경이나 손재주도 없고 재능이나 끈기도 없으니, 강렬하게 꽂히는 그 무언가를 여태 찾지 못했다. 나중에 “십년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십년만 내가 젊었더라면” 하며 후회하지 않아야 할텐데, “과연 내가 어떤 쪽으로 잘해볼 수 있을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 오랜 질문에 이렇다할 답변을 찾지 못하는 중이었다. 아직도 정신연령만은 천방지축 철없는 20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데, 육체적 나이는 어느덧 지천명에 근접해 간다. 아이 하나로도 쩔쩔매면서 분주하고 피곤했던 때에 그토록 원했던 나만의 여유, 나만의 시간이 풍성히 넘쳐나는 셈이다. 나의 내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된 환경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더이상 시간 핑계나 구실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이 접어 나빌레라”. 조지훈 시인의 시 ‘승무’ 구절 중 하나로, 한 마리 나비와 같이 가뿐하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함축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이번 석달 간의 글쓰기 여정을 묵묵히 거치면서 마음 한켠에, 꾸준한 글쓰기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세상 속으로 따뜻하게 전달하며 날아오르고 싶은 나비의 날갯짓을 다시금 그려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채영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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