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버클리에 가고 싶어.” 요즘 월요일이면 둘째 아들과 함께 등산을 즐긴다. 지난 월요일 둘째의 선택은 자기의 어릴 적 추억이 구석구석 남아있는 곳, 버클리였다. “그래, 가자 엄마도 버클리가 그리워.”
그래서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제2의 고향인 버클리에 위치해 있는 틸든 공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집들로 빽빽한 베이지역의 도심을 벗어나 조금만 산으로 접어들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녹지대가 있나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야생 공원이 시작된다. 서늘한 산바람과 바다 바람의 만남, 눈을 시원하게 하는 쭉쭉 자란 푸른 나무들, 한눈에 펼쳐지는 멋진 샌프란시스코 베이, 바다 건너 우뚝 솟은 빌딩들이 그려내는 샌프란시스코의 멋진 모습 그리고 바로 아래 보이는 소박하면서도 개성 있고 고풍스러움의 멋을 빛내는 버클리 대학과 주변의 집들, 이 모든 것이 영화 속 장면들을 보는 것처럼 하나 둘 눈앞에 나타났다.
그렇다 이 풍경들은 처음이 아니다. 복잡한 일상의 삶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것뿐, 내 눈에 매순간 보이지 않았지만 반 시간만 자동차로 달려 오면 볼 수 있는 곳에 여전히 있었다. “여기 스팀 트레인 있지. 너 어릴 때 기차 타는 것 좋아해서 친구랑 자주 와서 탔어.” “저기 회전목마다. 버클리 첫 크리스마스에 여기서 미국 친구랑 반짝이는 트리 봤지.” “레이크 안자(Lake Anza)에서 친구랑 낚시도 하고, 잔디밭에서 1학년 때 친구 생일 파티도 했지.” 하이킹을 하는 모든 공간을 아들과 나는 어릴 때 함께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지금은 거의 만날 수 없는 친구들이지만 그들과의 추억은 우리 가족의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이렇게 없어지지 않고 기다리는 풍경과 사라지지 않고 기억되는 추억들이 있어서 버클리는 제2의 고향이다. 저 태평양 너머 없어지지 않고 기다리는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그리고 부모님과 형제 자매와 나눈 추억의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고 기다리고 있어 대한민국은 나의 고향이다. 어느 드라마에서 흘러나온 잊을 수 없는 대사가 생각나는 산행이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곁에 없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보이지 않지만 늘 곁에 계시는 친구, 그분의 약속을 기억하며 사라지지 않는 본향을 향해 오늘도 걸어간다.
<서기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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