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바탕에 초콜릿 색 말풍선 로고가 친근한 메신저 서비스 카톡이 무료 국민어플로 우리에게 혜택을 준 지 10년이 넘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여러 명 채팅과 해외통화가 가능하고, 정보와 꿀 팁, 창의력 번뜩이는 영상과 허무맹랑한 재미, 감동의 메시지와 실시간 감사와 격려, 위로도 받을 수 있다. ‘카톡해’가 연락수단이 된 바야흐로 ‘카톡 전성시대’, ‘카톡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는 카톡을 받았다.
즉, 아무도 안 읽거나 답이 없어도 꾸준히 보내니 인(仁), 보낸 글 끝까지 읽어주니 의(義), 보낸 이에게 감사를 표하니 예(禮). 작은 감동에도 답하는 아량을 깨달으니 지(智), 답주는 이 적어도 그들 위해 더욱 열심히 보내니 신(信), 받은 글이 논리적이지 않거나 독단적이거나 이미 읽은 거라도 반론이나 비평 않고 ‘잘 읽었다’고 하는 인내심을 화(和)라고 했다. 하지만 반쯤 지인에게 강제로 초대되어 나오기도 애매한(혹시 놓치는 거 있을까 하는 이유도 있지만) 단체카톡방에 쌓이는 카톡은 하루만 걸러도 수십 개다.
카톡이 세대를 아우르며 쉽고 편리한 소통방식이지만 소소하게 거슬려 피로할 때가 있다. 정치나 종교의 무차별적 강요, 답 오래 끄는 태도, 단체카톡방에서 보이는 눈치, 갑작스런 탈퇴, 통제할 수 없는 돌발변수 등 도처에 함정과, 중요한 카톡을 걸러내야 하는 에너지 소모도 있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표정과 억양, 말투, 톤의 모호함과, 잘못 입력시킨 단어나 파급력 큰 배달실수는 인간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부르기도 한다. 나 또한 떠난 글 삭제를 못 해 안타까웠고, ‘죄송합니다. 잘 못 보냈어요.’라고 하며 민망했고 불편함을 극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어느 날 내가 카톡의 시녀인 것을 깨닫고 나는 나만의 ‘카톡 수칙’을 만들었다.
단어나 문장, 말투에 상처받지 않기, 낄 때만 끼고 빠질 때 빠지기, 확인 안한 1자에 얽매이지 않기, 시간 상 못 읽을 건 과감히 지우기, 올린 후 답 기대하지 않기, 보내기 전 확인하기 등이다. 조용하면 불안하고 넘치면 피곤한 단체카톡방처럼 정 많고 나이 드는 이들에게 명약인 카톡, 하지만 과한 몰입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이중성이 있다. 조화와 균형 있는 카톡 예절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어렵지만 무조건 보내고 무조건 감사한 인의예지신은 아닌 것 같다.
<김영란 (북산책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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