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머무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떨 때 집에서 머무르지 않는가.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이며 동시에 시간인가. 태어난 곳을 떠나 낯선 땅으로 이주한 이주민들에게 집이란 현재를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고 두고 온 땅의 이름이기도 하다. 특히 떠나온 땅이 더이상 그들이 머무르기 힘든 공간으로 변해 갔을 때 이념과 폭력, 전쟁 등의 위험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에겐 나름의 사정과 이야기들이 존재할 것이다.
스탠포드 캔터 아트 센터 2층에서 현대미술 보스턴 연구소(ICA) 주관으로 멀티미디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21세기 이후 전세계 10여개국 20여명의 주요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 40여점이 출품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중심적인 공간에 위치한 인상적인 작품으로 리나 세이니 칼라트(Reena Saini Kallat, India)의 ‘Writtle Chronicle’이 있다. 이 작품은 직사각형 모양의 길다란 전시장의 한 벽에 설치된 세계 지도 모양으로 각 대륙과 도시들이 서로 줄로 연결되어 있고 스피커와 전자회로 등이 설치된 설치예술이다.
처음 전시장을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작품뿐 아니라 귀로 신호음 또는 기계음 같기도 한 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이 소리가 들리는지 귀기울이다 작품 앞에 멈추었다. 스피커 가까이서 귀를 쫑긋하고 알 수 없는 소리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독해본다. 지구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굵은 줄들이 이주민들의 삶의 경로처럼 느껴진다. 그들 모두는 동일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신들만의 ‘집’의 소리를 경험했을 것이다.
전시회의 제목인 ‘When Home Won’t Let You Stay’는 소말리아계 영국 작가인 워산 샤이어의 ‘Home’이란 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시에서 “집이란 상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면 집을 떠나지 않는다”고 썼다. 작가들은 콜롬비아, 쿠바, 프랑스, 인도, 이란, 이라크 등 출신들로 그들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난민이나 망명자 또는 이민자들이었다. 그들이 떠나온 곳, 그곳이 당시 상어의 입이었을지라도 그들에게서 정체성의 뿌리와 함께 시간을 초월한 그리움과 도전을 본다. 작품을 통해 우리가 떠나온 땅위에 있던 집과 현재의 집,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집들을 생각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는 오늘이 되기를 바라본다.
<김소형 (SF한문협 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