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미중 분쟁 한가운데 놓인 대만…지정학적 위험에 노출”
▶ 업계 진입장벽 높아서 앞으로도 시장 다변화 어려울듯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경제에 위험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대만이 미국과 중국 간 패권다툼의 핵심 '대결장'이 된 가운데, TSMC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 위기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TSMC의 지배력 때문에 전 세계가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인텔, 애플, 퀄컴 등 유수의 기업에서 주문을 받는 TSMC는 사실상 전 세계 반도체 대부분을 생산한다.
TSMC의 올해 1분기 매출은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업계 매출의 56% 수준이라고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밝혔다.
특히 전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약 14억개의 대부분이 TSMC에서 제조되며, 이보다 기술적으로 덜 복잡한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도 TSMC가 최대 60%까지 생산한다고 WSJ는 전했다.
이런 시장 지배력은 TSMC의 압도적인 투자규모와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 업계의 특성이 맞물린 결과다.
WSJ은 "반도체 기술이 워낙 정교해지고 필요한 투자규모도 커져서 제조사 입장에선 한번 뒤쳐지면 경쟁자들을 다시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투자할 여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만큼 결국 일부 지배적인 기업만 생존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TSMC는 앞으로 3년간 1천억달러(약 114조원)를 시설투자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는 업계 전체 투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라고 반도체조사업체 VLSI리서치는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TSMC와 반도체 업계 시총 2위 기업인 삼성을 다른 기업이 따라잡으려면 최소 5년간 연간 300억달러(약 35조원)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다 보니 앞으로도 반도체 공급망이 다변화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TSMC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이 위협받는다는 뜻이다. TSMC가 위치한 대만이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군사적 갈등의 한가운데 있다는 점은 이련 우려를 키운다.
실제로 TSMC는 지난해 미국 정부의 제재에 따라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고 최근 미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에선 최근 제정된 '반외국제재법'을 TSMC에 우선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웨이가 거래 중단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중국 법원이 TSMC에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TSMC가 지정학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WSJ는 현재 반도체 업계의 상황은 과거 전 세계가 석유 공급을 중동지역에 의존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대만 내 불안전성은 업계 전체에 메아리처럼 퍼져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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