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출발이다.” 남편의 말과 함께 우리 가족의 자동차 여행은 시작되었다. 멋진 숲 속 풍경을 즐기기 위해 큰 고속도로를 포기하고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우리 가족은 래슨 화산 국립공원(Lassen Volcanic National Park)에 도착했다. 그곳은 6월인 지금도 여기저기 녹지 않고 남아 있는 눈이 쌓여 있었다.
차창을 열자 곧 매서운 산 바람이 불어 왔다. 찬 기운 사이로 스며드는 뜨거운 기운, 바로 활화산의 기운이 느껴진다. 찬바람 사이로 땅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와 연기, 코를 찌르는 썩은 달걀 냄새 그리고 부글부글 끓는 진흙 웅덩이는 금방이라도 화산이 폭발할 것만 같다. 코를 막으며 아들들은 냄새가 싫다고 난리들이다. 몇 년 전 아주 무더운 여름에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날씨가 더워서인지 이렇게까지 활화산의 느낌을 경험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캠핑장으로 가면서 예전에 보지 못한 또 다른 광경을 보았다. 최근 몇 년 산불로 다 타버린 엄마 나무들이 나타났고 그 밑으로 자라나고 있는 아가 나무들이 내 눈을 가득 채웠다. 둘째는 뒷자리에 앉아 “엄마, 저기 베이비 나무들 좀 봐, 귀여워” 하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광경은 오리건의 침엽수로 우거진 숲과 메마른 땅 사막에서도 그리고 푸른 목초지를 달리면서도 계속해서 볼 수 있었다. 앙상한 가지와 검게 타버린 나무들 아래에 푸릇푸릇 어린 묘목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것들은 누군가가 심은 듯 가지런하게 가느다랗고 작은 가지들을 뻗으며 산불에 그슬린 엄마 나무들에 안겨 있었다.
산불이라는 재앙 속에서 타버린 엄마 나무들 그러나 불길에 타서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은 아니었다. 바로 산불로 생긴 연기와 열기 때문에 땅 속에서 기다리던 아기 나무들의 씨앗들이 빨리 깨어나고 자라게 되었다. 그리고 산불로 인해 어린 나무들이 자라는 것에 방해가 되던 환경이 정리되어 산불 후에 싹이 튼 아기 나무들은 반듯반듯 누가 심어 준 것처럼 더 잘 자라게 된 것이다.
이번 주부터 캘리포니아는 코로나가 가져 온 전염병과의 싸움을 정리하며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다. 산불 같은 팬데믹이 이제 지나가고 있으니 산불 후 더 잘 자라는 아기 나무처럼 우리의 아기 나무들도 더 잘 깨어나 더 잘 자라겠지 생각하며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을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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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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