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60초 소설 하나 써드릴까요?” 1982년 미국 변호사협회에서 기자로 일하던 한 청년이 1953년형 로얄 타자기를 들고 뉴욕 맨해튼 거리로 나와 앉아 지나가는 행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그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가는 이도 있었지만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 그가 써준 60초 소설을 받아간 이들도 있었다.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나 음악을 들려주던 악사와 같이 거리에서 소설을 써주었던 거리의 소설가, ‘거리의 세익스피어’라 불리던 그는 미국인 댄 헐리(Dan Hurley)다.
그는 이후 16년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며 사람들에게 22,613편의 소설을 써주었고 동시에 그들에게 인생을 배웠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자신이 판단하거나 의견을 덧붙이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글을 썼던 댄 헐리. 그는 60초 동안 타자기에 먹지를 대고 자판을 두드려 소설을 썼고 그중 원본 한장은 그가 만난 이에게 건네고 다른 한장은 자신이 보관하여 ‘60초 소설’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리고 이 짧은 소설들은 피플지와 뉴욕 타임즈 등의 찬사를 받으며 1995년 미국 기자 작가협회가 수여하는 도날드 로빈슨 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자본이 물결치는 뉴욕의 빌딩 숲 한복판에서 물질에 대한 갈구에도 몸과 마음이 힘든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그의 글은 그들의 존재를 생각하게 했을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듯 말이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이전의 시절 오프라인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이루고 그들과 소통의 길을 걷던 댄 헐리는 지금도 온라인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글’이란 무엇일까. 인터넷으로 동영상으로 세상과의 소통은 글 이외에도 쉽고 빠른 수단들이 많다. 그럼에도 공기중에 흩어져 사라지는 소리와 달리 종이든 핸드폰의 화면이든 어딘가의 기록으로 그 자취를 남기는 ‘글’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메아리와 같다. 누군가의 가슴에서 울리고 다시 그 울림이 다른이의 가슴으로 전해지고 그 울림이 계속되게 하는 글. 좋은 글이라면 더더욱 긴 메아리가 되어 시대를 넘어 살아 전해질 것이다. 그러한 글을 우리는 기다리면서 애쓰며 살아 낼 것이다. 우리의 삶이 그대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메아리가 되기까지.
<김소형 (SF한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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