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역사에서 슈만 부부의 연애사만큼 오랫동안 회자된 이야기도 흔치 않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순탄한 사랑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남편인 로버트 슈만은 장인으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법정 소송까지 벌이며 6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결국 슈만이 30살이 되던 1840년, 그는 9살 연하였던 클라라와 결혼할 수 있었고, 슈만은 그의 마음을 담은 곡들을 모아 결혼 전날 신부에게 선물하였다.
이 곡이 바로 슈만의 연가곡 ‘미르테의 꽃’이다. 오늘날 가수들이 발매하는 앨범으로 치자면, 연가곡 ‘미르테의 꽃’이 26곡으로 구성된 앨범의 제목이라 할 수 있고, 그중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헌정(Widmung)’은 첫 번째 곡으로 이 앨범의 타이틀 곡에 해당된다. 이전까지 슈만은 피아노 독주곡만 만들었지만, 그해 1840년부터는 150여 곡의 성악곡을 작곡하게 된다. 이러한 슈만의 변화는 클라라에 대한 사랑을 피아노의 멜로디뿐만 아니라 시와 가사로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헌정’은 클라라를 향한 슈만의 마음을 진솔하게 묘사하는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이 어우러져 수많은 소프라노들의 애창곡이 되었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세대를 넘어서는 ‘프로포즈 곡’으로 남아 있다.
이 곡 ‘헌정’은 이후 피아노 솔로곡으로도 유명해졌다. 이 곡을 피아노 곡으로 편작(transcription)한 사람이 바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였다. 리스트가 편작한 피아노 솔로곡은 요즘 언어로 얘기하면 ‘피아노 커버’에 해당되는 버전으로, 피아노 독주 악보에 가사가 적혀 있는 재미있는 형식으로 출판되었다. 이 피아노 버전은 작년에 방영됐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삽입곡으로 나오며 한국에서는 성악 버전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클라라 슈만은 당대에 유명한 피아니스트였고, 1990년대까지 독일 화폐에 등장할 정도로 독일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성 음악가이다. 안타깝게도 남편 슈만은 짧은 결혼생활을 끝으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클라라는 오랫동안 리스트가 피아노 버전으로 편작한 ‘헌정’을 연주하며 남편을 기억했고 그 사랑을 간직한 채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PianistarHJ
<박현지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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