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우리집에 새 식구가 들어왔다. 작은 체구의 말티푸라는 종으로 말티즈 엄마와 푸들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6개월된 아이이다. 이 친구의 이름은 테디(Teddy), 테디베어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었다. 너무 바쁜 아이들의 스케줄에 집은 쉬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한 터라 쉽사리 입양을 결정하기 어려웠지만 막내 아들녀석의 애교에 못이겨 결국 입양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부터 먼 미국땅까지 주인 찾아 삼만리를 한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모두 어떻게 안아야 할 지, 어떻게 밥을 주고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 지 책으로 접한 지식만으로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무 곳에나 대소변을 보는 녀석을 말로 타이를 수도 꾸짖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다 아이들 일로 뉴욕을 가야 하는 일정이 생겼다. 입양된 지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아 어디 기관에 맡기고 다녀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을 테니 함께 가기로 결정하고 호텔과 비행기 등 모든 조건을 테디와 함께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의외로 미국 안에서 강아지와 이동하는 건 어렵지 않았고 호텔들도 호의적이어서 별 어려움없이 뉴욕을 누릴 수 있어 별탈없이 일정을 잘 소화해내고 돌아올 수 있었다.
테디가 오고 난 후부터 우리 가족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 막내 아들은 테디와 함께 많은 시간을 뛰어놀며 평정심과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디가 밥은 잘 먹는지, 화장실은 잘 갔는지, 어디 아프지는 않는지 살피기 시작했고 마치 친동생처럼 돌보면서 이타적인 마음을 키워나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우리 남편이다. 늘 먼저 살갑게 얘기를 걸거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는데 테디와 함께 밖을 나가면 어쩔 수 없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 남편의 말수가 늘기 시작했고 산책 나갔다 올 때면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에피소드를 들고 들어와 신나게 이야기해준다.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의 대화도 가볍고 경쾌해진다.
아침저녁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간은 온 가족이 모든 전자기기를 끊고 대화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작은 생명이 우리 가정에 들어와 새로운 정서적 구심점 역할을 하며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미경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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