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 모두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전설적인 화가들이다. 이들이 르네상스 예술을 꽃피우는데 메디치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당시 피렌체도 일반인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형편이었고 지리적 조건 때문에 늘 외부세력의 침략에 대비해야 하는 긴장과 교황청의 권력 앞에 정치적 수완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후원한 예술가들을 빼놓고 예술사를 논할 수 없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의 전라도는 만석군, 천석군이라고 불리는 부유한 양반가들이 많이 있었다. 전라도 지역은 예향의 도시로 불리며 판소리와 같은 음악과 춤, 도예와 시 등 모든 예술분야에 걸쳐 탁월한 곳이다.
조선시대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이곳 서민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해서 먹고 사는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을 때이다. 어쩌다 마을에 소리꾼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들린다.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동네 어귀 어디쯤 멍석 하나 깔아놓고 소리를 하는 소리꾼의 절규 어린 노래를 들으며 삶의 시름을 그 짧은 순간만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소리가 좋은 소리꾼이 오면 응당 그 지역 유지의 집에 머물면서 원하는 대로 소리를 선보일 수 있었다. 언제 떠날 지 모르는 이 예술가를 불편함 없이 먹이고 입히고… 그가 스스로 다른 지역으로 떠날 때까지 물심양면 도와주곤 했다는 기록들이 전해진다.
중국의 태평성대가 있던 시기에는 공무원들이 민원이 없어 일찍 퇴근할 수 있었으므로 퇴근 후 모여 함께 춤을 추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공원에서 여러명이 함께 춤을 추는 문화가 남아 있다.
부유함이 예술을 낳는다. 다시 말해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은 예술을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은 부유한 자들만의 것이란 말인가?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삶의 질을 논할 잉여가 생기면, 그것이 물질이든 시간이든, 인간은 에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본능이 살아나게 된다.
그 잉여를 가진 이들은 예술을 후원하고 향유하고 남기는 자가 되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세대에 걸쳐 잠깐의 정서적 쉼을 제공하는 역사적인 일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잉여를 가진 자들이 예술을 알고 예술을 소비할 때 역설적으로 예술은 보편화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이렇듯 잉여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 아끼고 검소하게 사는 것에 대해 칭찬을 하는데 참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잉여는 흘러 보내는 것이어야 한다. 잉여가 잉여로 남을 때는 아무 역할을 할 수 없다. 잉여는 순환의 고리를 타고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흘러가야 하며 이 순환을 통해 우리의 고된 삶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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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발레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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