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연설 때 집단퇴장 놓고 회원국 반응 갈려…공동성명도 못내
▶ G7과 달리 단일대오 쉽지않아 맹점… “현안 대응력 떨어질 수도”
전 세계 경제 대국이 참여해 각종 현안을 논의해온 주요20개국(G20) 협의체가 기로에 선 형국이다.
서방 선진국과 나머지 상당수 회원국 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대응에 이견을 드러내며 단일대오를 유지하지 못한 가운데 향후 G20 협력이 과거처럼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G20은 1999년 서방 중심의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의장국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경제 규모가 큰 20개국 재무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참여하는 회의체로 출발했다. 한국도 회원국이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정상급 회의체로 격상돼 10년 넘게 국제사회의 현안 대응을 위한 최고위급 협의체로 기능했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G20 운영이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G7을 위시한 서방은 러시아를 규탄하며 각종 제재 등 강공책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 인도로 대표되는 상당수 국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발을 담그는 것을 꺼리거나 관망하는 자세를 보인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 때 러시아 측 연설이 시작된 뒤 벌어진 상황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EU 측 대표는 회의장에서 퇴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뜻을 드러냈지만, 나머지 상당수 국가 대표들은 자리를 지켰다.
G20은 경제규모 위주로 참여대상을 모으다 보니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미국과 갈등을 빚는 국가는 물론 민주주의 발전 정도가 덜하거나, 심지어 인권 문제로 종종 논란을 빚는 권위주의 국가까지 포함된 게 현실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G7과 구성이 다르다는 뜻이다. 심지어 러시아,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가진 국가들도 있다.
문제는 중국,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점점 커지면서 G20이 예전처럼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G20을 중국, 러시아 압박을 위한 장으로 활용하려 할 경우 서방과 나머지 상당수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인해 공고한 협력보다는 균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중, 미러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이었던 작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했다.
이번에 워싱턴DC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의 경우 공동 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재무장관이 회의 내용을 요약한 성명을 내는 선에서 그쳤다.
이는 서방의 집단 퇴장과 함께 G20 회의체에 생긴 균열상을 보여주는 또다른 장면인 셈이다.
인도의 한 매체는 미국이 주도한 서방이 회의장에서 퇴장했지만 최소 10개국은 동참하지 않았다며 해당 기사 제목에 'G20 = G10 + G10'이라는 표현을 달았다. G20이 미국 주도의 대(對)러시아 강공책에 동참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로 반분됐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의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은 세계가 분열돼 있음을 드러냈다며 서방의 회의장 퇴장 장면은 러시아가 여전히 G20에서 친구가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과 동맹이 일시적이나마 러시아와 중국이 없는 별도의 회의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면서 이는 G20을 약화할 수 있다고 예상한 뒤 러시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가장 큰 영향은 G20 자체의 적합성과 기능에 관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기고가인 바스티 섀스트리는 미국 매체 포브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미국의 거친 언사는 G20이 더는 글로벌 경제 협력체로 규정되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러시아의 G20 참여 논란이 정치적 자본을 소모하며 G20의 대응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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