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시마 원폭 2000배 위력, 미 “발사 사전 통보 받은 것”
▶ “우려할 수준 아냐” 평가절하, 푸틴 “위협으로부터 안보 보장”
러시아가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2,000배나 폭발력이 큰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성공시키며 핵무기 위력을 과시했다. 일단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와중에 러시아가 전략 핵무기까지 꺼내든 것은 서방에 대한 명백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제든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우려는 한층 더 깊어졌다.
20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러시아의 신형 ICBM RS-28 ‘사르마트’ 시험발사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통상적인(routine) 일”이라며 “미국이나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사전에 러시아로부터 발사 소식을 통보받았다고도 설명했다. 양국은 핵무기 보유에 관한 군비통제 조약인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ㆍ뉴스타트)에 따라 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상대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예상하지 않은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결국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오후 3시12분 모스크바 북부 아르한겔스크주(州)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ICBM 사르마트를 극동 지역인 캄차카 반도를 향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사르마트는 격납고(사일로) 발사형 3단 액체연료 로켓 ICBM이다. 최대 사거리 1만8,000㎞로, 메가톤(TNT 폭발력 100만 톤)급 핵탄두를 16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르마트에 장착된 핵탄두 파괴력은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보다 2,000배 큰 것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크기 정도 국가를 한 방에 초토화시킬 수 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사탄(악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러시아는 이 ICBM을 전략 미사일 부대와 함께 올해 가을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위협에 선을 그었지만,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를 ‘서방에 대한 도발’로 보고 있다. 시기가 공교로운 탓이다. 러시아는 최근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지역에 자국 병력은 물론 용병까지 대거 투입해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핵을 꺼내 들며 무력시위에 나선 셈이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은 전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낸 것은 물론, 군사 훈련까지 나섰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서방에 대한 ‘경고’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발사 성공 직후 연설을 통해 “이 독특한 무기는 우리 군대의 전투 잠재력을 강화하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하며,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이 (그 위협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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