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시절 런던의 한영 합작회사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아침 일간신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이후 미술사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소개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 ‘키스(KISS)’가 S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서 갤러리를 방문했다.
클림트 작 ‘키스’ 앞에 섰다. 그림을 마주 대하는 순간 온몸에 전기가 감전된 것처럼 뜨거운 전율을 느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옷처럼 목이 파여진 길고 얇은 장삼을 걸친 남자가 어깨와 목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얇은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의 품에 안겨 지극히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살포시 감은 아름다운 여인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며,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연인에게 키스를 하기 바로 직전의 장면을 그린 그림이었다.
연인들의 발아래에는 초록색 잎사귀에 빨강색과 분홍색깔의 예쁜 꽃들이 어지러이 깔려있고, 남자의 옷은 짙은 노랑 바탕에 긴 사각형의 검정색과 하얀색의 조그만 모자이크가 수놓아져 있으며, 예쁜 여인의 옷은 짙은 노랑색 바탕에 분홍과 초록색의 물방울이 수놓아져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행복에 젖은 연인들의 사랑이 그림으로 이렇게 아름답고도 성스럽기까지 한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감을 극대화한 감동깊은 걸작이었다.
10여 년 전 콜롬비아 타운센터 내의 갤러리에서 원작과 크기, 그림이 꼭 같은 모조품을 사서 나의 집 응접실 벽에 걸어 놓았다가 막내아들이 새 집을 샀을 때 결혼선물로 ‘키스’를 응접실에 걸어 놓아주었다.
고흐는 1886년 네덜란드에서 파리로 옮겨 2년 가까이 살았다. 이 시기에 고흐는 전통적인 화풍에서 현대적인 것으로 발전한다. 두꺼운 오일 페인트를 사용했던 기존의 그림 형식에서 먹는 김 같이 엷은 페이트칠을 밑그림 위에 입히는 화법으로 변화를 주었다.
화법의 근본적인 변화였을까. 아니다. 경제적으로 동생 테오의 생활 지원금으로 살던 고흐는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한 번도 그림을 돈을 받고 팔아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고흐에게 물감을 살 돈이 없었다. 고흐는 물감을 최대한 아껴 써야만 했다.
‘몽마르트 언덕 위의 채소밭’을 보면, 그림 전면의 왼쪽 편에 풍차가 있고 양쪽 채소밭을 가르는 오솔길은 엷은 페인트가 밑그림이 살짝 엷게 덮어 씌어져 있다. 양쪽 채소밭에는 늙은 농부가 채소밭에 쟁기질을 하고 있고, 옅은 잿빛 하늘에는 회색의 구름이 작은 물방울처럼 엉겨서 떠 있다.
고흐는 채소들에게 옅은 노란색을 입혔다. 오솔길 주위를 들여다 보면 땅으로부터 머리를 내밀고 나오는 채소들의 사랑스러운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하늘은 싯 푸르며 구름은 차갑고, 짙은 회색과 갈색으로 칠해진 풍차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던 고흐는 마음이 불안하고 지극히 고독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미술 평론가들이 정신병적인 이유로 고흐가 노란색을 그의 그림에 사용했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작품 ‘해바라기’ ‘생피에르 공원’이나 ‘회색 모자를 쓴 자화상’ 등을 보면, 고흐의 노란색은 지독한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희망과 행복의 따뜻한 색이었고,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소망을 채워주는 행복의 색이었다. 고흐는 캔버스에 노란색을 색칠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고흐가 경제적 고통 속의 절망적인 삶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인 행복과 인간이 내일을 바라고 살게 해준 희망이 고흐를 붙잡아주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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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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