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연방제는 한국에는 없는 제도이다 보니 어떤 재판은 연방법원이 맡고, 어떤 재판은 주 법원이 맡는지 그간 필자의 칼럼을 애독해온 지인 중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오늘은 이의 관할에 대해 간략하게 안내하고자 한다.
우선 ‘연방제’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국가 권력이 중앙 정부와 주 정부에 동등하게 분배된 정치 형태로, 2개 이상의 주권이 결합하여 국제법상 단일적인 성격을 가지는 국가 형태를 연방제라 일컫는다.
사전적 의미처럼 미국의 모든 주는 주에 부여된 자치권의 범위나 영토, 경제 규모 등 하나의 국가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소송은 주 법원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예컨대 과속 티켓이나 세입자의 보증금 문제 같은 비교적 간단한 사건에서부터 기업 간 계약위반, 유산 상속과 같은 여러 가족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 살인사건과 같은 중범죄, 심지어 최근 한번 판결에 몇 억 달러씩이나 오가는 진통제 ‘오피오이드’ 집단소송과 같은 큰 사건까지도 주 법원에서 다룬다.
각 주마다 재판법원, 항소법원, 대법원으로 이뤄지는 3심 체계가 갖춰져 있는 것도 한국과 마찬가지고, 텍사스 같은 주는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민사사건과 형사사건 대법원을 따로 두기도 한다.
그렇다면 연방법원은 어떤 사건들을 다루는 걸까? 이는 연방헌법 제3조 2항에 규정돼있다. 여기에 따르면 헌법과 의회가 연방법원의 관할로 지정한 법률과 국제조약 관련 사건, 대사나 영사와 같은 외교사절에 관련된 사건, 미국 영해에서 일어나는 사건, 2개 이상의 주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 서로 다른 주 주민들 간의 분쟁 등이 연방법원의 업무 영역이다. 여기에 나열되지 않은 사항은 다 주 법원 관할이 된다.
그러므로 일반 미국 시민의 입장에서 연방법원을 통해 송사를 치르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첫 번째는 연방법을 어겨 연방 형사사건에 연루되는 경우이다. 작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으로 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소되었는데, 연방 건물인 국회의사당 내에서 범죄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어 모두 연방법원에서 사법 심판을 받게 된다.
두 번째는 위 제3조 2항에 적시한 것처럼 헌법과 의회가 연방법원의 관할로 지정한 연방법적 성격의 민사소송으로 파산법, 반독점법, 특허법, 또는 저작권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여러 주에 걸친 관할권으로 소송 당사자가 서로 다른 주의 시민일 경우이다. 즉, 뉴욕 주민이 캘리포니아 주민과 송사가 있다고 가정할 때 뉴욕 법원은 뉴욕 주민에게, 캘리포니아 법원은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유리할 수 있으니 공평하게 연방법원에서 사건을 처리해 주는 식이다.
이때 소송 금액이 최소 7만5,00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뉴욕에 사는 세입자가 뉴저지에 사는 집주인에게 2,500달러 보증금을 받기 위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 번째 경우처럼 여러 주에 걸친 사건은 계약서 등에 특약 사항이 없는 이상 소송이 제기된 연방 지방법원이 위치한 주의 법을 따르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뉴욕 회사와 캘리포니아 회사가 계약서 분쟁에 휘말려 뉴욕 연방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 별다른 특약 사항이 없다면 연방판사는 뉴욕주 법을 적용해 사건을 판단한다.
계약서 해석 등은 수백 년에 걸친 선례들이 쌓여 만들어진 영미법상 보통법(common law)의 영역이라고 하는데, 연방법원은 제한적인 사건만 취급하다 보니 이런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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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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