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s much as you need. FREE!(필요한 만큼 가져가세요. 무료)”
10월이 되면 난 어느새 또 그렇게 그 집 앞에 서성이고 있다. 그 어느 10월에 심어 놓은 내 사랑의 씨앗이 꽃 피우고 있을 그곳에.
몇 해 전 나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아주 어렵지만 두 지팡이에 의지해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기쁨반 두려움반 어쨌든 내가 스스로 서서 걸을 수 있다는 기쁨에 날마다 지팡이를 집고 동네를 한 바퀴씩 돌았다. 때론 넘어지고 때론 몇 발자국도 가지 못해 힘들어 주저앉아 누가 볼세라 눈물을 흠치고는 걷고 또 걸었다.
그날은 유난히 가을볕이 고왔다. 간간히 가을 바람에 날려오는 달디달은 10월이 어찌나 좋던지 나도 모르게 그날은 두 바퀴를 돌고 싶었다. 한 바퀴도 힘들어 했던 내가 두 바퀴를 돌고 있는데 노란 들국화가 유난히 아름답고 화단 가장자리에 커다란 돌이 있어 가끔 내가 앉아 쉬었다가 가던 그곳에 커다란 박스가 놓여 있었다. 박스 안에는 빨간 사과가 가득 들어 있었고 그 옆에는 크고 작은 봉투와 함께 “Take as much as you need. FREE”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서성이고 있는데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 한분이 다가와 “Do you want an apple?(사과 가져갈래요?)” 묻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단박에 “Yes!” 하고 말았다. 할머니는 제일 크고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10개나 골라 제법 큰 봉투에 담더니 내가 어디쯤 사는지 알고 있다며 당신도 마침 운동 하려던 참이라면서 사과 봉투를 들어다주셨다. 할머니는 우리집 그라지 앞에 봉투를 내려놓으며 올해 내가 당신네 사과 첫 손님이라며 오히려 나에게 “Thank you”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만나서 반갑다며 내 등을 토닥이면서 환한 미소와 함께 떠났다. “아,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가!” 그날 난 그곳에 영원히 피어 있는 사랑의 씨를 심었다.
어제는 토요일, 아들과 나는 오랜만에 화단 정리도 할 겸 얼마 전부터 벼르고 있던 군자란 분갈이를 했다. 4년 전 버클리문학협회 정엔젤라 언니가 준 군자란이 올봄에는 화사한 꽃으로 피어나 날 기쁘게 하더니 화분 가득 새끼가 6개나 자라 나와 분갈이를 해 주어야 했다. 커다란 화분 4개에 나누어 심고 보니 늠름하게 자리잡은 군자란이 어찌나 대견스러운지 문득 곱고 나누기 좋아하는 엔젤라 언니가 우릴 보고 빙그레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엔젤라 언니의 시에 찐팬인 나와 아들은 4개의 군자란 화분마다 내 사랑도 듬뿍 아들 사랑도 듬뿍 담아서 정성껏 심었다. 단아한 미소가 예쁜 엔젤라 언니가 군자란에 사랑의 씨앗이 되어 꽃으로 피고 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오늘 나는 거저 얻은 빨간 사과를 한입 크게 깨물어 먹은 후 사랑의 씨를 어딘가에 심고 싶다. 이왕이면 군자란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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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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