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상 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성경에서는 이날을 아마겟돈이라 했습니다.” 1998년 개봉된 영화 ‘아마겟돈’에서 미국 대통령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을 막는 작전에 나서는 우주인들의 성공을 빌며 이같이 연설한다. ‘자유’와 ‘독립’으로 명명한 우주선에 분승한 14명의 우주인들은 소행성 표면에 구멍을 뚫고 핵폭탄을 넣어 폭발시키는 임무를 완수해낸다. 지구는 소행성과의 충돌을 피하고 전 인류는 환호한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재앙의 화근인 핵폭탄이 지구를 구하다니 야릇한 상상이다.
아마겟돈은 인류 멸망을 부르는 최후 전쟁을 말한다. 히브리어 ‘하르 므깃돈’에서 유래했다. 산·언덕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하르’와 메기도를 부르는 말인 ‘므깃돈’이 합쳐진 명칭이다. 북부 팔레스타인에 위치한 메기도 언덕은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이지만 성경이 쓰일 때도 전략적 요충지였다. 기원전 2000년께 건설된 유대 고도(古都) 메기도는 기원전 1000년께 전성기를 누리다가 신바빌로니아의 침공으로 소멸했다. 아마겟돈이 대전쟁·종말을 뜻하게 된 것은 신약성경 요한계시록 16장 16절의 ‘세 영이 히브리어로 아마겟돈이라 하는 곳으로 왕들을 모으더라’는 구절과 관련돼있다. 이는 세계 각지의 군주들이 군대를 끌고 모여 세계 대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을 ‘아마겟돈’에 비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무모하다”고 힐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아마겟돈이 일어날 가능성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은 크림대교 폭발을 계기로 높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발을) 감행한 자들과 배후에서 지원한 자들은 우크라이나 특수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독재자가 흉악한 보복에 나선다면 유럽 평화는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재앙을 미리 막지 못한 유럽과 달리 우리는 북한 독재자가 만행을 실행하기 전에 강한 억지력으로 봉쇄해야 한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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