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는 동네북 신세다. 중국 대표팀은 막대한 투자를 받고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잇따라 실패하는 등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축구와 달리 중간을 가르는 ‘네트’가 있는 운동은 잘한다”면서 협동 의식이 부족한 교육제도를 탓했다.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휘둘리는 축구계가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열렬한 축구 팬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눈치를 보느라 망가진 축구 생태계를 탓하는 목소리도 높다. 물거품이 된 시 주석의 ‘축구몽’이 혁신과 활력이 부족한 중국 경제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시 주석은 16일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짓고 사실상 종신 지도자 체제를 선포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황제 정치’가 막을 올리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의 자랑이자 중국식 사회주의의 강점으로 내세웠던 ‘민주집중제’와 ‘집단영도체제’는 껍데기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와 ‘집단’은 사라지고 ‘집중’과 ‘영도’만 남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시 주석의 핵심 정책인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회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중국에서는 이념이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면서 “예전의 투자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중 EU 상의는 그러면서 변덕스러운 정책 변경을 피하고 이념보다 실용성을 추구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은 혁신보다는 이념 우위의 정책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 지도자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맞춰졌다. 1980년대 이후 연평균 10%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중국은 시진핑 시대 들어 6.6%의 성장률에 머물렀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3%에 그쳐 아시아 개발도상국(평균 5.3%)을 32년 만에 밑돌게 된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굳건한 성장세를 유지해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경제 패권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중국몽’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이 비호감이라고 답한 비율은 2004년 35%에서 지난해 82%로 크게 높아졌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에 대한 선진국의 인식이 나빠진 것이다. 국제 규범과 법치·인권 등 인류 기본 가치를 무시하는 ‘전랑(戰狼·늑대 전사)외교’의 결과다.
장기 집권은 절대 부패와 정책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기 집권 야욕이 권력의 부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진핑의 향후 10년은 지난 10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중국식 시장 개혁은 절대 권력의 부활에 부딪혀 갈 곳을 잃고 있다. 중국 경제를 받쳐온 혁신과 창업 활동은 질식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1인 숭배가 다시 판치고 인터넷 여론은 ‘만리방화벽’에 막혔다. 공산당 혁신의 구조적 한계다. 마윈은 2020년 “중국에는 금융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 규제가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있어 경제 성장을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가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새장 속에 갇힌 새는 혁신을 못한다. 경제적 자유가 없으면 창조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중국의 체제 정비는 미중 간 패권 전쟁의 격화로 이어질 것이다. 승부는 바로 혁신 활동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정치가 혁신을 가로막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규제와 닫힌 사회는 성장 궤도 이탈을 불러올 뿐이다. 치열한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초격차 기술과 뛰어난 인재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낡은 규제와 기득권을 뛰어넘는 ‘창조적 파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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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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