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인사회의 대표를 뽑는 워싱턴한인연합회 회장선거가 2년마다 실시된다.
바로 올해 한인회장 선거가 실시되지만 뭔가 찜찜한, 소위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분위기다.
2년 전 경선 없이 당선된 스티브 리 회장이 올해 다시 단독 입후보로 연임에 나섰다. 다른 경쟁 상대도 없는 상황에서 현직 회장의 출마는 사실상 당선이나 마찬가지다. 회장을 견제할 이사회도 없고 회장이 선거관리위원회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회칙에 따라 선거를 준비하는 것도 그저 요식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만 달러의 등록금이 무색할 만큼 많은 돈을 써가며 선거운동을 했던 예전의 한인회장 선거와 비교하면 지금의 선거는 훨씬 경제적이지만 그 만큼 대표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법적 공방까지 불사하며 회장이 되고자 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조 섞인 회의만 밀려올 뿐이다. 이제 더 이상 회장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도 없고, 누가 되든 상관없는 한인회장이 과연 워싱턴 한인사회를 대표할 수 있을까?
한편 지금의 현실이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항간에 ‘회장 출마를 부추기는 지인은 경계하고 말리는 친구가 진정한 벗’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한인회장 선거는 상식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그래도 많은 한인들은 부끄럽지 않은 한인사회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묵묵히 동참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기본적인 인내심마저 필요 없게 됐다. 한인회가 존재하는 목적, 한인들의 참여가 기반이 되는 대표성, 회칙 준수나 조직의 정당성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비상식적인 조직을 누가 맡아 이끌어 가겠냐고 반문하며 그래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니 다행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아니 ‘할많하않’이다.
새로운 유행어에 민감한 세대야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할 말이 많았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가셨을까? 자칫 송사에 휘말릴까 몸을 사리거나 어차피 말해도 변할 것은 없다는 자포자기, 한인회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괜히 진흙탕에 발 담그면 나만 피곤해진다는 패배감 등이 그렇게 외면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서글프다.
어쩌면 대다수 한인들은 할 말이 없을 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지탄받는 한인회는 익숙한 모습일 것이다. 우리의 대표를 뽑는 설렘은 아니더라도 알면서도 모른 척, 마치 자신은 한인사회와 상관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잘난 척하지 말자.
소수계 이민자로 살아가는 한인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를 외면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자. ‘할많하않’이 아닌 주저하지 않고 말해주실 진정한 어른들을 기다린다. 그래야 다음 세대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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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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