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이었나, 한국에 사는 여동생이 전화로 “언니, 내가 ‘***의 밥상'이란 TV프로그램에 출연하니까 꼭 보고 리뷰(Review) 좀 해줘” 하는 말에 “뭐? 연예인이라도 된 거야? 어릴 때부터 모델하고 싶다 하더니 드디어 된겨?” 했다. 그 프로그램을 보니 “동안 주부?”라며 그 비결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야채, 닭가슴살, 콜라겐 가루, No 지방, No 탄수화물 등의 음식 소개뿐 아니라 병행하는 운동 종류를 소개했다. 일주일에 1회 방영하는 프로그램인데, 매회마다 영양소 풍부한 음식이 얼마나 많던지. 에고!! 각 음식이 가진 영양소를 섭취하려다간 배터져 죽겠구나 싶었다. 저 많은 운동도 다 따라하려면, 24시간도 모자라겠다 싶었다.
남편의 식당에 오는 손님들 중 많은 분들이 유행처럼 글루텐 프리(Gluten Free)를 찾는 때가 있었다. Gluten Free Soy Sauce 있냐고 물을 때마다 셀리악병(Celiac Disease, 글루텐 섭취로 인해 소장에 손상을 입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심각한 자가 면역 질환)이 있냐? 밀가루 알러지가 있냐를 물어보았다. 그리곤 밀가루를 먹으면 안되는 질환이 있지 않으면 오히려 영향 불균형과 오히려 2형 당뇨병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벽형 리듬을 가진 남편은 먼저 일어나 “너튜브”를 통해 식당 소개, 음식 소개를 즐겨 보고 있다. 늦게 일어난 나도 같이 앉아 보게 되는데, 세상엔 좋은 음식들이 왜 그리 많은지, 그 많은 음식을 다 채울 수 없는 적은 용량의 내 위장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몇 년 전 고등학생이던 아들애가 여러 매체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다이어트를 한다며 프로테인 파우더, 닭가슴살, 아몬드 우유만 먹겠다더니 나중엔 얼굴을 찡그리며 억지로 먹는 것을 보면서 행복하지 않는 저 방법이 과연 건강을 불러다줄까 싶었다. 결국 얼마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무수한 정보로 꽉 차 있다.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이 SNS 같은 것들을 통해 걸러지지도 않은 채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수십 년 전 내가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는 식탁에서 많은 말씀을 하셨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어른보다 먼저 시작하지 말 것, 음식은 꼭 입을 다물고 씹을 것,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남겨 놓을 것, 한가지만 먹지 말 것,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 수저를 놓을 것,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 땐 꼭 ‘잘 먹었습니다'를 할 것… 인터넷이란 것이 없던 시절의 아버지의 잔소리야말로 우리의 삶에 진정 필요한 교육이었는데...
많은 인터넷 매체는 지식은 전할지 몰라도 좋은 인성은 가르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가 무수한 정보 홍수에 빠지기 전에 나도 아버지의 잔소리를 아이에게 했더라면 조금은 주관적으로 생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부족한 엄마로서 못내 미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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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메디케어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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