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부간 임시 휴전에도 총성 지속, 수단 전역 폭력·약탈 등 무법천지
▶ 분쟁·가뭄에 난민 위기까지 겹쳐…아프리카 노리는 외세 개입 빌미
수단 이웃국가로 혼란 확산 조짐
수단의 수도 하르툼 국제공항에서 지난 17일 폭발로 인한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
나흘째 이어진 군벌 간 유혈 충돌로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24시간 임시 휴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살인, 강간, 약탈로 전국이 무법천지가 됐다. 여파는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 전체로 확산될 기세다.
■군부 충돌에 완전 고립 ‘무법천지’
수단 정부군과 민병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신속지원군(RSF)은 이달 15일(현지시간)부터 격전을 벌이고 있다. 18일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수도 하르툼을 중심으로 총성과 포성이 그치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하며 개입했으나,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군부 2인자인 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물러설 기미가 없다. 민간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앨런 보스웰 ‘아프리카의 뿔’ 지역 분석가는 “이번 싸움은 누가 수단을 장악할 것인지를 놓고 벌이는 권력 투쟁”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제3자의 중재가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단은 전시 상태다. 정확한 사상자 집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18일까지 최소 270명이 숨지고 2,600명이 다쳤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했다. 의약품을 비롯한 인도적 구호품 지원이 막혀 사망자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거리에는 집계되지 않은 사망자들의 시신이 방치돼 있다. 수단의사협회에 따르면 하르툼에서 가장 큰 12개 병원이 교전으로 폐쇄됐다.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병원 접근조차 불가능하다”며 “군인들이 거리의 시신을 수습하는 구급차도 막아서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공항 폐쇄로 하늘길마저 막혀 수단은 완전히 고립된 처지다.
군부의 총구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WP는 RSF가 일본인 여성을 강간하고 나이지리아인 2명을 납치했다고 유엔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구호단체 사무실을 약탈하거나 차량을 훔치고 외국인 거주 주택을 빼앗아 기지로 삼고 있다. 유엔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과 미국 외교관이 탄 차량이 총격을 받으며, 수단 주재 유럽연합(EU) 대사는 자택에서 폭행당했다.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은 2019년 연대해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하고, 2021년 과도정부를 무너뜨리며 권력을 장악했으나 통치 방향을 놓고 갈등한 끝에 유혈 사태를 일으켰다. 선거를 통해 민주정부를 수립하자는 약속이 파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느 나라보다 많은 쿠데타와 쿠데타 시도가 있었던 나라”(미 뉴욕타임스)라는 오명을 쓴 수단의 비극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분쟁·가뭄에 외세까지? ‘아프리카 뿔’의 비극
혼란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으로 번질 전망이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는 “내전으로 비화한다면 아프리카 동북부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분쟁, 가뭄, 경제난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에 새로운 위기가 닥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난민 위기의 악화도 불가피하다. 수단과 국경을 맞댄 7개국 중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에티오피아, 차드에선 무력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이 200만 명, 남수단, 소말리아 등 출신 난민 100만 명이 역내를 떠도는 중이다. 수단까지 내전 대열에 합류하면 최악의 난민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불안도 크다. 정부군과 RSF를 물밑 지원하는 열강들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 야심이 사태를 부추긴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은 수단 금광 대부분을 장악한 RSF와 밀착했다. 바그너그룹의 지원으로 RSF는 정부군과 맞설 정도로 빠르게 세를 불렸다. 수단과 북부 국경을 접한 이집트는 부르한 장군의 정부군 편이다. 나일강 댐 건설을 둘러싸고 에티오피아와 갈등하는 이집트는 정부군을 방어막 삼아 왔다. 이스한 타루르 WP 칼럼니스트는 “이집트 입장에서는 이번이 다갈로 사령관을 제거할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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