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적적하게 몰려 오는 저녁이 오는 것이 나는 참 싫다.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마치고 수련받던 시절, 내가 당직 근무를 할 때 저녁 시간만 되면 나는 늘 ‘기도’했다. 오늘 밤도 무사하기를... 어디서들 그리도 아픈 사람들이 몰려오는지 그야 한국 병원의 응급실의 밤은 그야말로 늘 아수라장이었다.. 밤을 맞이할 때의 절망감과 달리 밤새 정신없다가 아침 동이 틀 때의 그 희망찬 기분이란...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모두 잊고 새날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해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하루를 열심히 일하고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안식을 할 수 있는 저녁 시간이라고 하지만, 20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도 내겐 어둠이 거뭇거뭇 몰려오면 비록 밤에도 일을 해야 하지는 않지만, 낮에 다 하지 못한 일의 아쉬움과 다시 못 올 이 하루가 끝나감에 못내 초조하고 불안하게 된다.
하지만 밤이 지나가고 나면 어김없이 태양은 뜨고 누구나 모두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언젠가 내가 너무도 존경하는 시아버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인생은 고(苦)이다”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늘 함께한다는 뜻이었지만 성숙하지 않은 그 당시에는 그 의미도 몰랐고 와 닿지도 않았었다.
중년이 훌쩍 넘어 버린 지금 생각하면 그 많던 힘들고 고단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하나님께 감사해하곤 한다. 심각한 심장병으로 심장 대 수술을 하신 아버님의 중환자실을 방문하면서 가족에게, “이 시간도 지나갑니다. 기도하며 버티다 보면 우리도 웃으며 옛말 할 날이 올거여요. 힘내세요!” 이 말은 가족뿐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해오던 말이었다. 지난 1월에 담도암 수술을 받으시고 가끔 너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수술 전 절망적이었던 때를 또 기억하게 되고, 당시 그분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며 되뇌던 위의 말이 생각나 나로 하여금 더 감사하게 된다.
가끔 영화를 공부하는 아들이 권하는 영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최근 정말 고전적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다시 보았다. 전쟁 속에서 그 수많은 역경을 견디면서도 마지막에 스칼렛 오하라가 남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고 했던 말. 아마도 스칼렛 오하라는 그 험한 일을 겪으면서도 아버지가 물려준 농장 ‘타라’가 있음을 보고 또 내일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혼자 계셔서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도와 드려야 할 때가 많이 있다. 나조차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막막할 때, 나 자신에게 늘 주문을 건다. “오는 어둠을 막을 수는 없지만, 어둠이 지나면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해 드려 보자.”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누구나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정숙희(메디케어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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