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B ‘비상 대출’ 받아…이자율 4.49% 큰 부담
▶ 예금인출 사태는 없어
뱅크 오브 호프가 올해 1분기 연준으로부터 14억달러를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국 은행 중 5번째로 많아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이경운 기자]
뱅크 오브 호프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유동성 문제를 우려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로부터 14억달러를 차입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7일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뱅크 오브 호프의 지주사인 호프 뱅콥은 지난 3월 말 연준의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BTFP)을 통해 14억달러를 차입했다.
BTFP는 SVB 파산으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 문제가 금융 시스템 전체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준이 긴급히 도입한 일종의 비상대출 창구로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은행들이 연준에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담보로 제공하고 최대 1년간 자금을 빌려올 수 있다.
뱅크 오브 호프가 차입한 14억달러에 대한 이자율은 연 4.49%로 연간 이자액수만 6,286만달러다. 은행이 연준에서 ‘급전’ 형식으로 빌리는 것이기에 이자율이 낮지 않다. 이같은 이자 부담은 지난해 뱅크 오브 호프의 연간 순익 2억1,828만달러의 삼분의 일이 넘는 것으로 1년 영업 수익의 상당 부분을 오직 유동성 부족에 대비한 자금차입 이자로 지불해야 하는 결과가 됐다.
특히 뱅크 오프 호프가 자금을 차입한 지난 3월 말은 예금인출 사태와 주가 폭락으로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발생한 직후로 당시의 심각했던 상황을 반증해 주고 있다.
뱅크 오브 호프는 지난 연말, 한 어카운트에서 갑자기 예금 30억달러가 인출돼 비상이 걸렸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며 올해 초 있었던 알렉스 고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교체도 유동성 부족 예측 실패로 인한 책임설이 돌기도 했었다.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연준으로부터 자금을 빌린 은행들 중 예금 부족 문제로 결국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 퍼스트 리퍼블릭이 138억4,400만달러를 빌려 1위를 차지했으며 역시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설이 나돌았던 팩웨스트뱅콥이 49억1,000만달러로 2위, 중국계인 이스트웨스트뱅콥이 45억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글래시어뱅콥이 27억4,000만달러로 4위, 뱅크오브호프는 5위에 랭크됐다.
<도표 참조>
뱅크 오브 호프는 전체 부채에서 BTFP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7.6%로 전체 잔액 상위 10개 은행 중 5번째로 높았다.
은행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BTFP를 통해 차입을 했다는 것은 은행 입장으로서는 ‘유동성 부족 낙인 효과’가 찍힌다는 우려가 있어 가능하면 피하고 있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또는 은행 감독국 감사에 대비해 불가피하게 차입하고 있다.
은행들이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BTFP를 받은 것은 당시 예금 유출을 관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퍼스트리퍼블릭은 올해 1분기 말 예금이 직전 분기와 비교해 40% 이상 감소해 이를 메우기 위해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을 BTFP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뱅크 오브 호프 관계자에 따르면 “FRB의 BTFP 프로그램에 따라 자금을 차입한 것은 여러 가지 악재로 나타날 수 있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선제적 조치였다”며 “1분기 실적에 나타난 바와 같이 유동성 부족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뱅크 오브 호프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부채(Liabilities)에서 연방주택대출은행·연준 대출(FHLB and FRB borrowings) 항목이 직전 분기 대비 146% 늘어난 2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차입금 증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뱅크 오브 호프의 경우 1분기 예금고가 158억2,821만달러로 직전 분기(157억3,880만달러) 대비 1% 증가해 위기 은행들처럼 예금 감소가 실질적 위험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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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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