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과 내건 슬로건은 ‘진주만을 기억하라’였다. 1941년 12월7일 오전, 일본군은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하여 정박 중인 미국 태평양 함대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다음날인 12월8일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일본에 선전포고를 한다. “어제, 1941년 12월7일은 굴욕의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 연설은 일본군의 비열한 공격에 대한 비난과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는 결의에 찬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그때까지 의회에서는 참전 반대파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루즈벨트 본인도 ‘전쟁은 일으키지 않겠다’는 공약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연설 이후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참전 제안에 찬성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 참전에 반대했던 국민도 루즈벨트가 ‘진주만을 기억하라’는 결정적인 한마디 슬로건을 내걸자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렇게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었다. (가와카미 데쓰야의 ‘일언력’ 중에서)
결정적 한 문장은 긴 문장을 과감하게 잘라내어 단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문득 탄생한다. ‘휘발유 값이 계속 오른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단문을 보라. 원래 문장은 ‘연료 성수기에는 원유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공급이 부족하면 물건 값이 오른다.
그러므로 현재 휘발유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이다. 긴 문장이었는데 군더더기를 생략하여 글자 수가 대폭 줄어들자 결정적 단문이 형성됐다.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문학은 ‘뺄셈의 미학’으로 유명하다. 헤밍웨이 단문의 강력한 힘은 그가 경험하고 본 것을 단순히 묘사하는데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보고 있는 자신을 낯설게 묘사하여 내부에 일어나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치기하고 정성을 다해 문장을 다듬는 작업이 그를 최고의 문장가로 만들었다.
무엇이든지 끊임없이 가지치기하고 다듬으라. 습관으로 길들여진 긴 문장을 정결하게 씻어내고 단문으로 도약하라. 탁월함을 꿈꾼다면 뺄셈에 분투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예수가 하신 말씀은 단문으로 유명하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양의 문이라.” “두려워하지 말라.” “왜 의심하였느냐.”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나님을 믿으라.”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예수의 말씀은 언제나 짧고 강렬하다. 기억에 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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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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