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말 케네디란 이름이 유독 많이 뉴스에 등장했다. 미국 정가에서 케네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고, 그 가문의 사람들은 언제나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지난 두 달 동안 쏟아져 나온 4명의 케네디 스토리는 모두 다르고, 또 서로 관계도 없다.
먼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외손주들 이야기.
JFK와 재클린 여사 사이에 JFK 주니어와 캐롤라인이 태어났고, 아들 케네디 주니어가 38세 때 비행기 사고로 아내와 함께 사망한 비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혼한 지 3년이 안된 시점이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자녀가 없었다. 다만 딸 캐롤라인은 29세 때 에드윈 슐로스버그와 결혼하여 세 자녀(로즈, 타티아나, 잭)를 두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지난 11월 캐롤라인의 막내인 아들 잭 슐로스버그(32)가 뉴욕주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이었다. 케네디 가문은 많은 정치인을 배출했지만 JFK 직계손자의 첫 정계 도전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고, 민주당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슐로스버그는 예일대 졸업 후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법학 박사를 동시에 취득했고, 뉴욕주 변호사시험 합격 후 국무부 국제환경과학부에서 잠시 근무했으며, 2024 대선 때 한 잡지사에서 정치해설가로 일한 것이 경력의 전부다.
하지만 주일대사와 주 호주대사를 지낸 어머니 아래서 정치 감각을 익힌 그는 인스타그램, 틱톡, X에서 도합 2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서 젊은이들 사이에 카리스마 넘치고 도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출마발표 때도 그는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지금 미국은 모든 수준에서 위기”라면서 “한 위험한 인물이 시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비판자들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연방의회 도전을 선언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 잭 슐로스버그의 누나, 캐롤라인의 둘째 딸인 타티아나 슐로스버그의 때 이른 죽음이다. 타티아나는 둘째인 딸을 출산한 직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희귀암 진단을 받고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작년 11월22일, 그녀의 가슴 아픈 투병기가 뉴요커 지에 게재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날은 마침 외할아버지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지 62년이 되는 날이었다.
투병 에세이에서 타티아나는 이렇게 쓰고 있다. “출산 바로 전날, 나는 임신 9개월의 몸으로 1마일을 수영했다. 한때는 백혈병·림프종 협회의 기금마련을 위해 허드슨강을 가로질러 3마일을 헤엄친 적도 있고, 환경전문기자로서 취재를 위해 50킬로미터 크로스컨트리 스키대회를 7시간반 만에 완주한 적도 있다. 정기적으로 센트럴파크에서 5~10마일을 달리던 나, 너무나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희귀암은 내 인생일 리가 없었다… 전 인생을 통틀어 나는 늘 착하게 살려고 애써왔다. 좋은 학생, 좋은 동생, 좋은 딸이 되려 노력했고, 어머니를 속상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어머니의 삶에, 우리 가족의 삶에 새로운 비극을 하나 더 보태고 말았다.”
1년6개월 동안 수많은 키모테라피와 임상시험을 겪으며 용감하게 투병했던 타티아나는 지난 30일 타계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 타티아나가 에세이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에 관한 것이다. 지난 12월30일,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는 RFK 주니어가 미국 공중보건을 훼손한 1년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동시에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케네디는 장관 인준과정에서 백신 과학을 파괴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곧 이를 번복했다. 지난 5월, 건강한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코로나19 백신을 권고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6월에 CDC의 백신 자문위원회 17명을 전원 해임한 후 백신 회의론자들로 위원회를 재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수두·홍역·볼거리·풍진(MMRV) 혼합백신에 대해 제한조치를 내렸고, 신생아의 B형간염 백신접종을 철회했으며, 백신과 자폐증에 관한 CDC의 입장을 철회하는 등 의료계에 충격을 주는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 가장 최근에는 어린이 백신접종을 권장해온 질병 항목을 17개에서 11개로 대폭 축소하여 보건·의료계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취임 두 달 만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보건복지부의 인원과 과학연구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니, 케네디 장관의 첫 1년 동안 미국 공중보건정책이 입은 이 모든 피해를 되돌리는 일은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두 신문은 결론지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케네디의 유산에 자신의 이름을 덧칠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것이다. 집권하자마자 케네디센터 이사장으로 셀프 취임한 트럼프는 8월에 케네디센터 명예상 수상자를 직접 선정했고, 12월7일 시상식 공연을 직접 진행하는 등 이례적인 애정과 관심을 표출하더니 12월18일, 이 기관의 명칭을 아예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바꿔버렸다. 존 F. 케네디를 기리기 위한 문화예술기관에 트럼프의 이름이 올라붙자 케네디 가와 공연예술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고, 많은 예술가들이 잇달아 공연을 취소하고 있다.
지난 연말 케네디의 이름으로 벌어진 한 개의 희망, 세 개의 비극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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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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