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정복자: 할리웃 낙진’(The Conqueror: Hollywood Fallout) ★★★★ (5개 만점)
양키 징기스칸 존 웨인과 그의 애인 역의 수전 헤이워드.
할리웃이 만든 최악의 영화 중 하나가 서부의 건맨 존 웨인이 징기스칸으로 나온 ‘정복자’일 것이다. 기인 하워드 휴즈가 제작하고 배우이기도한 딕 파웰(‘42번가’ ‘머더, 마이 스윗’ 주연)이 감독한 1956년산 이 영화에서 존 웨인이 콧수염을 한 몽고족 투사 징기스칸으로 나와 긴 칼을 휘두르는데 그의 애인인 몽고족의 적인 타타르족 지도자의 딸 보타이로는 오뚝 선 코에 새파란 눈동자의 빨강머리 수전 헤이워드가 나온다.
이들 외에도 페드로 아르멘다리스와 애그니스 모어헤드 등이 나오는 영화는 나오자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고 이에 휴즈는 영화의 전 필름을 사들여 더 이상 영화를 볼 수가 없었는데 그 후 25년만에야 영화를 사들인 유니버설에 의해 일반에게 다시 선을 보였다. 그런데 인생 말년에 호텔에 칩거하던 휴즈는 방에서 이 영화를 계속해 틀어놓고 봤다고 한다.
희한한 것은 존 웨인은 영화의 각본을 읽고 징기스칸 역을 자원했다고 하는데 그는 사후에 이 역으로 최악의 배역에게 주는 골든 터키 상을 받았다.
‘정복자’는 해괴망측한 배역과 함께 영화를 찍고 영화에 나온 사람들 220여 명 중 절반가량인 91명이 영화 촬영 후 암에 걸려 그 중 46명이 사망한 기록을 남겨 화제가 됐었다. 영화는 미국이 11차례의 핵실험을 한 유타 주의 실험장소에서 130마일 떨어진 세인트 조지에서 찍어 사망한 사람들의 사인이 방사능 오염에 의한 것이라는 강한 의견이 나왔으나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암에 걸려 사망한 사람들로는 감독 딕 파웰과 배우들인 존 웨인과 수전 헤이워드를 비롯해 애그니스 모어헤드와 리 밴 클립 및 페드로 아르멘다리스 등을 비롯해 제작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인데 아르멘다리스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자살했다. 이들 외에도 영화를 찍은 현장을 방문했던 존 웨인과 수전 헤이워드의 가족 중에서도 암에 걸린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정복자’는 제작사의 이름인 RKO 래디오 픽처스를 따 ‘RKO 래디오액티브 픽처’로 불리우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영화를 찍기 전과 후에도 촬영 현장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화는 존 웨인과 딕 파웰이 골초여서 이로 인해 암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윌리엄 누네스가 감독한 기록영화 ‘정복자: 할리웃 낙진’은 영화의 이 같은 저주(?)에 관해 존 웨인과 수전 헤이워드의 가족과 전문가들 그리고 핵실험장소 인근 주민들의 증언을 기록 필름과 함께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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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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