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대로 보편관세를 도입할 경우 무역전쟁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데긴도스 부총재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한 연설에서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방이 보복할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보복)관세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가 올해 거의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는 나쁜 소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거듭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집권하면 중국산에 60%, 나머지 국가 수입품은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유럽연합(EU) 상대 무역적자를 거론하면서 "그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데긴도스 부총재는 미국 정부의 새 무역정책을 경제전망에 반영하겠지만 영향을 평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 통화정책위원인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에 대해 "최소한 미국에서 물가가 상승하고 세계 경제가 둔화할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불확실성 증가 역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미국이 내년부터 20% 보편관세를 매기고 EU도 같은 관세율로 대응할 경우 4년 뒤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1.3%, 독일은 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보편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독일의 미국 상대 수출이 최대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존 실질 GDP가 0.5%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보편관세와 EU의 보복 조치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수요 부진까지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ECB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유로화가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6월 ECB 예금금리 전망치를 전날 연 2.18%에서 이날 2%까지 낮췄다. 현재 3.25%인 예금금리를 내달 12일부터 내년 6월까지 5차례 회의에서 모두 0.25% 포인트씩 내릴 거라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ECB가 내년 7월에도 금리를 인하해 예금금리가 1.7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6월 시작된 금리인하 사이클에서 사실상 최종금리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 경기에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정책금리 종착지를 두고 논쟁해 왔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07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낙폭은 2016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컸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유로화가 패리티(1유로=1달러)를 깨고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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