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6월 17일 미국 뉴욕항에 초대형 조형물이 나타났다. 앞서 1876년 독립 100주년을 맞이했던 미국을 위해 프랑스가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약 46m의 높이에 달하는 이 동상은 군함에 실려 26일 동안 약 5900㎞에 달하는 바닷길을 건너왔다. 그러나 도착 후 인근 창고에서 1년 넘게 방치됐다. 동상을 세울 받침대를 미국이 만들기로 했는데 뉴욕 일부 부유층과 정치인들의 반대로 제작비 모금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이후 저명한 언론인 조셉 퓰리처 주도로 기부금이 겨우 조성돼 여신상은 프랑스로 반환될 위기를 모면했다.
■ 여신상은 1886년 10월 뉴욕항 인근 리버티섬에 세워진 뒤 미국·프랑스 간 우호 상징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팽창주의 노선을 펴자 양국 우호 관계도 흔들렸다. 이후 독자 외교 노선을 걷던 프랑스 국민들이 미국의 간섭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집트가 1956년 프랑스 등 주도로 개통된 수에즈운하를 국유화하자 갈등은 표면화됐다. 미국 반대로 군사 개입에 실패한 프랑스 내에서 여신상 등을 비꼬는 여론이 일었다. 2003년 3월에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된 프랑스에서 일부 시위대가 여신상을 본뜬 모형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보도됐다. 이에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신상을 가져가라”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 최근 프랑스 정가에서 여신상 반환론이 제기됐다. 중도좌파 정당인 플라스 퓌블리크 소속 라파엘 글뤼크스만 유럽의회 의원이 16일 ‘미국 우선주의’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며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그간 롤러코스터를 타온 미국과 프랑스 국민들의 여론처럼 양국 관계는 냉온탕을 오갔다. 그럼에도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공통 이익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협력이 지속됐다. 우리도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외교 시험대에 섰지만 길게 내다보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로 나아가야 한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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