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어이 그의 장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로 인해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외국에서 만든 제품과 외국에서 창출된 아이디어, 게다가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로부터 미국을 격리하고 있다. 그는 최근 12개국 국민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9개국 국민에 대해서는 부분적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지난주 유출된 국무부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입국제한 대상국 명단에 36개국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이같은 조치의 표면적 이유는 대부분 허위 데이터와 이민관련 불법행위에 관한 일관성없는 지표에 바탕을 둔 잡다한 변명과 불평이다. 예들 들어 입국제한 조치의 명시적 명분중 하나는 비자 체류기한 초과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불법행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가들, 특히 체류허가 시한을 넘긴 채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캐나다는 어쩐 일인지 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불량국가 명단에 오른 나라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소득수준이 중간 이하이고 국민 다수가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다. 예를 들어 확대된 트럼프의 입국제한 명단은 대부분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로 채워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제외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멜라닌 색소가 너무 많거나 돈이 너무 없다 해도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있다. 국무부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추방한 제 3국인들을 수용할 의지를 밝힌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결격사유를 눈감아 줄 수도 있다. 엘살바도르는 악명높은 수감시설의 한 동을 트럼프가 추방한 베네수엘라인들로 채우면서 이미 그 길을 터놓았다.
이건 놀랄만한 일이 전혀 아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이민자들, 특히 대통령이 한때 “똥xx”(shithole)으로 지칭했던 국가 출신 이민자들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주 찰리 커크와 같은 극보수 인플루엔서들은 이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트윗을 날리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법이건 불법이건 제 3세계 이민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정서는 그 자체로 혐오스럽지만 그래도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내놓은 이민 정책들에 비하면 최소한 더 솔직하다. 이건 “법과 질서” 혹은 범죄자집단 추적이나 트럼프 장벽에 설치한 “크고 아름다운 문”을 통한 올바른 입국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늘 그래왔듯 검은색과 갈색 피부를 지닌 이민자의 법적 신분이나 공동사회 기여도에 상관없이 그들을 모욕하고 짓밟는 행위다.
최근들어 행정부가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수 십만명에 달하는 합법 이민자들의 체류 및 취업 허가를 취소함으로써 “합법”을 “불법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울러 트럼프가 다양한 비자 프로그램을 통한 합법적인 입국 경로를 중단하거나 폐쇄한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 오페어, 하계 근로자, 난민 등을 위한 비자 프로그램 등이 이같은 예에 속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결정은 이민자 혹은 이민 희망자들에게만 해를 끼친게 아니다.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과 국가 안보 및 경제에도 거의 영구적인 손상을 입혔다.
한때 빛나는 언덕 위의 도시였던 미국은 이제 난민, 망명 신청자와 해외파병 미군을 도왔던 우방국의 조력자들까지 마구잡이로 내쫒거나 아예 입국자체를 불허하고 있다. 현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환영하고 받아들이는 관행이 지난 수십년간 상당한 소프트 파워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오늘날 우리는 종종 적법한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들을 외국의 강제수용소나 더러운 컨테이너선으로 보내고 있다. 한껏 고조된 미-중 갈등에 사로잡힌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해 미래의 지정학적 도전에서 우리가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를 국가들을 향해 트럼프 행정부는 “너희 국민은 우리 영토에 발을 들어놓아선 안된다”고 선언했다.
대량추방이 불러온 냉각효과로 이민자들이 일터에 나오지 않고 있고 이에 따른 결과는 이미 공식적인 경제 자료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들어 행정부가 이전에 합법 이민자로 분류했던 50여만 명의 취업허가를 취소한 점을 감안하면 추방 대상자 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대대적인 이민자 추방은 공급망과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된다.
예상을 뛰어넘은 이민증가는 코비드-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놀라운 회복에 기여했다. 하지만 우리는 조만간 정반대의 상황을 보게될지 모른다.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올해 미국에 새로 도착한 사람들의 수보다 해외로 빠져나간 사람들의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해온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일터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은 수확하지 못한 채소, 짓다만 주택, 도우미의 병간호를 받지 못하는 고령 환자, 마무리되지 않은 임상실험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소수의 거대 기업들은 그들이 재무제표에 이러한 위험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기업과 다른 민간부문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유해한 경제정책들 가운데 연방정부의 이민단속과 추방조치에 대해서는 의아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장벽의 원래 역할은 외부의 야민인들이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장벽은 그 안에 진정한 야만성을 가두어 두고 있다.
<
캐서린 람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