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정부, 지분 9.9% 확보
▶ 관세·칩 구매 강요 가능성
▶ “경쟁력 떨어져 기업 부담”
▶ “같은 거래 또 할것” 압박

연방정부가 결국 인텔의 지분 10%를 가진 최대 주주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은 제2, 제3의 인텔을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약 10%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인텔 국유화로 ‘미국산 반도체’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포부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이제 더 놀라운 미래를 가진 위대한 미국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한다고 보고 드리게 돼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텔이 하는 일인 최첨단 반도체와 집적회로를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미래의 근간”이라며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라고 적었다. 미 정부가 획득한 인텔 지분율은 9.9%로 기존 최대주주인 블랙록(8.92%)보다 약 1%포인트 높다.
미 정부의 지분 인수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의 반대급부 성격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 상무부는 반도체 역량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텔에 최대 78억6,500만 달러(약 10조9,000억 원)의 직접 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이를 포함해 총 109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최근 이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의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정부의 지분 참여가 인텔의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들에 인텔 제품 구매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이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칩 제조는 세계화·전문화돼 있어 정부 개입은 실패하기 쉽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텔”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이 막대한 보조금을 약속했지만 인텔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에 인텔 칩 사용을 압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텔에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어도 결국 미국에는 자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에 비용을 전가하고 경제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인텔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경쟁사 대비 크게 뒤처져 있다. 인텔은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해당하는 18A(1.8나노), 14A(1.4나노) 공정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당초 연말께 18A 공정을 활용해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 ‘팬서 레이크’를 양산하고 외부 고객사를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수율 문제로 본격 양산 시점이 내년으로 밀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인텔에는 돈 말고도 고객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관세정책이나 기타 규제를 통해 (타 기업에) 인텔 칩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과 관련해 주주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법조·금융계에서 ‘정부가 보조금을 대가로 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게 반도체법상 허용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과 같은 거래를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일정 관련 행사에서 인텔 지분 확보를 언급하며 “나는 (그런 거래를) 앞으로도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TSMC나 삼성전자 등 대미 반도체 설비투자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대해 지분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 상무부가 지분 보유 방안 검토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TSMC와 마이크론을 거론하면서도 한국 기업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 관련 업계의 불안을 키우는 대목이다.
<
서울경제=박윤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