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하순, 일본을 거쳐 서울을 방문할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노쇠 현상인지, 예기치않게 왼쪽 무르팍이 좀 아프기 시작했다.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무리일 것같아서, 의사의 진단을 받고 상황에 따라 여행을 취소하든지, 강행하든지 결정을 내려야 할 형편이었다. 날짜의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의사를 만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고, 힘드는지…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우선 주치의 약속잡으려면 보통 며칠, 주치의 방문후, 전문의 만나려면 또 몇 주 걸린다. 혹시 emergency에 실려가면 의사를 만나기까지 6, 7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암튼 나는 되도록 서둘러 결정을 내리고자 이른 아침, 평소에 다니던 류마티스 전문 병원을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 의사는 바빠서 안된다기에 힘들게 그 이튿날 PA를 만난 후, 근처에 있는 방사선 센터에 가서 x-ray촬영, 결과는 24시간 후에 알려 주겠단다. 뒤늦게 PA한테서 전화, X-ray 결과로는 큰 이상이 없으니 아프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란다.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근처에 정형외과 의사를 급하게 찾아 방문, 의사는 연골 주사를 맞으려면 보험회사에 신청, 3주 걸린다고. 서울에 가서 맞겠다고 했다.

그리하여 일본 회의는 취소하고 서울에 빨리 가서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떠나기전 날, 그 관절 병원에서 오래 전에 이미 예약이 되어 있던 골다공증 주사를 투여 받았다. 그런데 부작용인지 혈압이 마구 상승, 저녁에는 180-190이 되었다. 내 주치의는 전에도 혈압이 많이 올라 연락하면 복용 중인 혈압약을 두 배로 복용하라고만 했지 혈압 약을 제대로 바꾸어 주지도 않았다. 서울로 떠나는 날 아침, 우리 교회 분들에게 연락, 혈압이 180-190인데 장시간 비행중, 아무 사고 없도록 비상 기도를 부탁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덜레스 공항을 떠났다.

서울에 오자마자 혈압 조절하며, 늘 다니던 정형외과로 달려갔다. 의사가 즉시 x-ray를 찍고 초음파 검사를 하며 무르팍에 물이 약간 고여있고 염증이 있다며 상세히 설명, 이 상태에서는 우선 염증 치료를 하고 일주일 정도 기다렸다가 연골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미국에서 3주 기다린 후, 무턱대고 연골 주사를 맞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한편 내 혈압은 좀처럼 쉽게 내려가지를 않았다. 다행히 연세대 영문과 선배의 소개로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유명하시다는 모 의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처음 만났는데 얼마나 친절하고 여유가 있는지 미국의 의사들과 비교가 됐다. 내게 선배님, 누님이라 부르며 오래된 사이처럼 대해주신다, 오전 9:30분에 진료, 바로 혈액, 소변 검사, 호르몬 검사, 경동맥 초음파 검사(CDU) 등등을 마치고 2시간 후에 다시 의사 사무실에 갔는데 모든 검사 결과가 나와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3월 하순, 미국에서 찍은 CDU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한국에서의 결과는 달랐다. 내 경동맥 혈관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 내가 의아해 하니까 의사가 직접 영상을 보여 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암튼 한국에서의 의사는 처방전을 완전히 바꾸어 주었다. 새로운 약을 복용한 후 놀랍게도 내 혈압이 바로 정상으로 안정이 되었다. 한국은 의료 천국이라더니 빠르고, 기술 좋고, 최고다. 내 동생이 한국에서는 응급차를 환자가 쓰러질 때 부르지 않고 병원 갈 준비를 완료한 후에 부른단다. 3분이면 대문에 벌써 도착해 있다고. 미국은? 기다리다가 죽는다.

<서옥자 한미국가 조찬기도회 이사장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