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사 쿡 해임 통보는 ‘불장난’…인플레이션 자극하고 채권시장 혼란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경제계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2038년 임기 만료까지 13년이 남은 연준 이사 리사 쿡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택 담보 대출과 관련한 의혹을 이유로 해임을 통보한 것은 명백하게 선을 넘는 불장난이라는 것이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쿡 이사에 대한 의혹은 중대한 사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통보는 더 큰 노림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역임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정책 결정을 통제하기 위해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원들이 더 이상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쿡 이사에 대한 해임 통보와 연방 검찰의 수사가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논의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원 전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다른 이사들도 각종 사유를 들어 해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쿡 이사의 교체 사실 자체만으로도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권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이사회 7명 중 최근 조기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 2명을 새로 지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 봄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후임과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20년에 지명한 크리스토퍼 월러를 감안한다면 이사회 과반수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는 셈이다.
세계 금융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경제적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현재 4.25∼4.50%인 미국의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연준에 대해 '금리를 1% 수준으로 낮추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해 금리가 인하된다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책 신뢰도 하락 탓에 경제 운영이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연준 부의장 출신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명백하게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것"이라며 "경제적인 충격과 높은 물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 능력을 주시하는 채권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연준이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는 현상이 고착될 경우 국채 금리 급등이나 대량 매도 등 신뢰 상실로 인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시절에도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당시에도 채권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측근들이 만류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채권시장에선 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하는 등 별다른 반응이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포토맥 리버 캐피털의 설립자인 마크 스핀델은 "채권시장이 잠잠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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