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오리지널 영화 ‘로스트 버스’
▶ 5일 토론토 영화제에서 첫 공개

[사진 제공=애플 TV+]
이미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더 참혹함을 알고 있기에, 스쿨버스가 햇빛 속으로 나온 순간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악마의 산불과 맞서 어린 학생들을 구해낸 스쿨버스 운전사 케빈(매튜 매커너히)과 교사 메리(아메리카 페레라)에게 박수가 터지는 순간이다.
애플 오리지널 영화 ‘로스트 버스’가 5일 토론토 영화제에서 첫 공개됐다. 지난 1월 ‘악마의 바람‘으로 LA가 재앙의 도시가 되기 전까지,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던 북가주 캠프 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다.
‘로스트 버스’는 다큐멘터리나 전기 영화가 아니다. 시사회가 끝난 후 실존 인물인 케빈 맥케이를 연기한 매튜 매커너히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되, 이야기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는 각색되었다”며 촬영에 앞서 "특별한 책임감과 경외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사건의 정신과 메시지는 온전히 유지하되,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허구의 장치를 적절히 활용했고 실존 인물들과의 만남으로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진정성 있는 몰입을 이뤄냈다.
특히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의 협업 속에서 ‘부자 관계’라는 주제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게 되었다. 매커너히는 “'아들로서는 너무 늦었고, 아버지로서도 너무 늦었다'는 대사가 마음 깊이 남았다”며, 이것이 영화의 핵심 주제인 ‘두 번째 기회’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감독 폴 그린그래스가 직접 쓴 문장이다.
아메리카 페레라는 실존 인물 메리를 연기하며 특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메리는 약 6시간에 걸친 버스 대피 상황 속에서 자신의 아이들도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로서 학생들의 신체적 안전은 물론 정서적 트라우마까지 돌보려 애쓴 인물이다. 페레라는 “메리는 어머니이자 교사로서의 감정을 절제해야 했고, 그런 그녀의 희생과 용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두 배우는 실존 인물들과의 만남으로 단순한 연기를 넘어선 진정성 있는 몰입을 해냈다.
이 영화가 다루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바로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성’이다. 페레라는 “얼마나 오래 ‘군인’처럼 강한 가면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 그 인간적인 취약함이 드러나게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메리라는 인물을 통해 관객은 ‘죽음을 마주한 평범한 인간’의 본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영웅적인 행동 뒤에 숨겨진 진정한 인간의 얼굴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다. 그녀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더 큰 팬이 되었다”며, “감독은 배우에게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충분한 자유를 주었고, 그 덕분에 더 생생한 연기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놀라운 점은 영화와 현실 사이의 기묘한 일치였다.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편집을 마친 직후, 올해 1월 LA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산불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막 완성한 직후 실제로 유사한 재난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로스트 버스’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심각성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캘리포니아의 산불은 이제 매년 반복되는 현실이 되었고, 이 영화는 그런 재난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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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