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몸속에 ‘자연치유력’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의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기본만 잘 해줘도 이 의사는 우리 몸의 회복 시스템을 늘 최상으로 유지해 준다. 문제는 우리의 아주 작은 ‘방치된 감정’이 가끔씩은 이 회복 시스템을 단번에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내부에서 비롯되는 것들로 인해서 사람이 병이 날 때가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병의 원인이 바로 ‘칠정(七情)’, 즉 일곱 가지 감정이다”라고 설명한다. 감정은 본래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이지만, 기쁨, 분노, 근심,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 중 어느 하나가 지나치거나 오랫동안 지속되면 기혈(氣血)의 흐름을 어지럽히고 특정 장부를 손상시킨다. 이를 ‘칠정내상(七情內傷)’이라 한다.
분노는 간(肝)을 상하게 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면 얼굴이 붉어지고 뒷목이 뻣뻣해지며, 눈이 충혈되기도 한다. 이는 분노가 우리 몸의 기운(氣)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위로 치솟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肝)은 기운을 전신에 부드럽게 퍼뜨리는 ‘소설(疏泄)’의 기능을 담당하는데, 분노는 이 순환을 막아 간을 상하게 한다. 스트레스와 화가 쌓이면 간의 기운이 뭉쳐 ‘간기울결(肝氣鬱結)’이 생기고, 옆구리 통증이나 편두통, 어깨 결림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생리 전 증후군(PMS)이나 생리불순이 심해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끝없는 걱정은 비위(脾胃)를 상하게 한다
시험을 앞두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사람은 종종 밥맛이 사라진다. 깊은 생각과 끊임없는 걱정은 기운을 한곳에 뭉치게 하여, 소화기를 주관하는 비위(脾胃)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비위는 몸의 ‘생각 주머니’이기도 하다. 생각이 너무 많아 과부하가 걸리면 본래의 소화 기능이 흐트러져 소화불량, 식욕부진, 명치 답답함,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이 나타난다. 때로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거나, 반대로 폭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깊은 슬픔은 폐(肺)를 상하게 한다큰 슬픔을 겪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잦아지며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다. 슬픔은 기운을 소모시키고 흩어버리는 감정이다. 호흡과 면역을 담당하는 폐(肺)는 이러한 기운의 소모에 특히 약하다. 슬픔이 오래 지속되면 폐의 기운이 약해져 목소리가 작아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며, 피부가 건조해진다. 또한 폐가 주관하는 ‘위기(衛氣)’가 약해져 잦은 감기나 비염, 알레르기 등 면역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
극심한 공포는 신(腎)을 상하게 한다
공포 영화를 볼 때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드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두려움은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감정이다. 생명력의 근원인 정기(精氣)를 저장하고 뼈와 생식을 주관하는 신(腎)은 이러한 하강의 기운에 가장 민감하다. 만성적인 불안과 두려움은 신장의 기운을 지속적으로 소모시켜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약해지며, 만성피로, 야간뇨,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을 다스리는 구체적인 양생법
감정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우리 몸의 기혈 순환과 장부 기능을 움직이는 강력한 에너지다. 따라서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단순한 마음 다스림이 아니라 몸을 치유하는 적극적인 치료 행위이다.
분노가 치밀 때는 솟구치는 기운을 분산시켜야 한다. 빠른 걸음으로 산책하거나, 안전한 공간에서 소리 내어 분노를 표출해보자. 평소에는 옆구리와 목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간의 기운을 순하게 만들어준다.
걱정이 꼬리를 물 때는 머리로 몰린 기운을 몸으로 내려보내야 한다. 생각을 멈추고 손을 쓰는 활동(요리, 정원 가꾸기, 뜨개질 등)에 몰두하거나, 가벼운 근력 운동으로 기운을 사지로 흘려보내는 것이 좋다.
슬픔에 잠겼을 때는 가슴을 열고 기운을 보충해야 한다. 눈물이 날 땐 참지 말고 충분히 울어 감정을 배출하고, 햇빛 아래서 심호흡을 하며 폐의 기운을 채워주자.
두려움이 밀려올 때는 아래로 꺼지는 기운을 붙잡아야 한다.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붙이고 서서 호흡 명상을 하거나,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해 아래로 몰린 기운을 순환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최고의 양생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온전히 지키고 싶다면,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만큼이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건강하게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내 몸 안의 의사를 깨우는 가장 근본적인 양생법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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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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