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경남 의령군에서 ‘부자의 기운을 나눈다’는 의미의 ‘리치리치 페스티벌’이 열렸다. 국내 유일의 ‘부자’ 테마 축제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이번 축제에는 34만 명이 다녀갔다. 인구 2만 5000명의 의령군이 그야말로 들썩였다.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이 축제가 돈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진짜 부자란 무엇인가’를 배우는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축제의 백미는 ‘부자 뱃길 투어’. 남강을 따라 솥바위에서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생가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가마솥을 닮은 솥바위에는 옛 도인이 “바위의 세 발이 향한 방향 20리(약 8㎞) 안에서 부자들이 날 것”이라는 예언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실제로 의령 정곡면에서 이 회장이, 진주 지수면에서 연암 구인회 LG 회장이, 함안 군북면에서 만우 조홍제 효성 회장이 태어나며 전설은 현실이 됐다. 세 생가 모두 솥바위에서 8~11㎞ 거리다.
■의령 부자축제는 단순한 관광 행사를 넘어 부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가정신의 가치를 되새기는 잔치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의 기업가정신은 급격히 퇴행하고 있다. 혁신적 창업은 줄고 기업은 투자에 머뭇거린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창업가의 기업 매각 자금 8000억원이 싱가포르로 빠져나갔다. 영국의 핸리앤파트너스는 올해 한국의 백만장자 순유출이 2400명으로 세계 4위 수준이라 밝혔다. 상속·증여세와 과도한 규제로 “차라리 건물주가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기업가정신을 짓누르는 법인세 인상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피터 하윗 브라운대 교수는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창조적 파괴, 기술 진보, 기업가정신을 꼽았다. 의령 부자축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부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도전과 혁신, 책임의식으로 만들어진다.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려면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을 응원하고 기업가정신부터 되살려야 한다.
<김현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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