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만남은 정치가 어떻게 사회통합에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무대였다. “트럼프를 여전히 파시스트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맘다니가 답하려는 순간, 트럼프가 “그냥 예스라고 해도 된다, 나는 괜찮다”며 웃음을 유도한 장면이 절정이었다. 이에 맘다니는 “우리 견해차는 분명하지만, 대통령이 공통의 봉사 목표에 초점을 맞춘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 트럼프는 맘다니를 ‘공산주의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그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선거에 적극 개입했다. 맘다니도 트럼프를 ‘파시스트’ ‘독재자’라며 그에 대한 증오를 지지자 결집의 주요 동력으로 사용했다. 당선 연설에서도 트럼프를 향해 “(똑똑히 듣기 위해) 볼륨을 높이라”며 청중의 환호를 유도했을 정도다. 둘 사이 갈등으로 내년 트럼프가 뉴욕에 연방군을 투입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이번 만남으로 뉴욕 시민들은 걱정을 한동안 덜게 됐다.
■ 두 사람이 연출한 극적 변화는 모두 ‘서민의 주택 문제와 물가고’ 해결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맘다니가 뉴욕 시민 생활고를 해결하려면 연방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트럼프도 맘다니를 지원해 고향 뉴욕 서민들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민주당 텃밭 지역에서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와 맘다니 모두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각오해야만 했다. “맘다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는 공화당 뉴욕 하원의원 주장에 대해 트럼프가 공개 반박을 하기도 했다.
■ 고향 영남에서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재명 대통령과 지역 경제 어려움 극복을 위해 중앙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영남 정치인의 처지도 트럼프, 맘다니와 별로 다르지 않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눈앞의 승리를 위해 서로의 차이를 부각하고 때로는 험한 말로 상대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또 지지세 확장을 위한 장기적 전략 아래 정적과 협조하는 보다 고차원의 정치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기 바란다.
<정영오 / 한국일보 논설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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