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인 유어 드림스’
▶ 알렉스 우 애니메이션 감독

‘인 유어 드림스’는 스티비(12)와 엘리엇(8) 남매가 상상을 뛰어넘는 꿈속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볼로니 토니와 함께 펼치는 유쾌한 모험이다. [넷플릭스 제공]
2016년 알렉스 우 감독은 픽사를 떠났다. 쿠쿠 스튜디오라는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를 설립했고 첫 해를 오롯이 ‘우리가 만들고 싶고, 보고 싶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는’ 작품들을 구상하는 데 보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 유어 드림스’(In Your Dreams)였다. 꿈의 세계를 다루는 영화. 얼핏 듣기엔 흥미롭지만, 알렉스 우 감독은 곧 중대한 문제를 깨달았다. 꿈에서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진다. 그는 현실의 인간적 이야기로 영화를 고정시켜야 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여섯일곱 살 무렵의 기억이었다. 어느 날 아침, 엄마는 현관문 앞에 짐을 싸놓고 서 있었다. 잠시 떠나야 한다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정리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정말 무서웠다는 알렉스 우 감독은 이 영화를 “인생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 삶에는 혼란이 있지만 그 안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화해하는”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극도로 개인적인 이야기와 환상적인 꿈의 세계를 결합한 것이다.
영화 중심에는 스티비와 엘리엇 남매가 있다. 부모는 대학 시절 힙소닉스라는 밴드로 성공했지만 두 번째 앨범은 실패했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모든 게 변했다. 딸 스티비는 스티비 닉스의 이름을 따왔다. “첫째를 가졌을 때 부모는 여전히 음악을 사랑했을 것”이라며, 유명한 곡 ‘드림스’(Dreams)를 부른 뮤지션의 이름이 완벽했다고 말한다.
시무 리우가 연기한 아빠 마이클은 속으로는 여전히 아이 같은 사람이다. 성장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며 음악을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가족 책임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에 직면하는 그런 아빠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캐릭터는 ‘볼로니 토니’다. 외눈박이 기린 인형인 그는 의도적으로 싸구려 봉제 인형으로 디자인됐다. 여기엔 알렉스 우 감독의 또 다른 경험이 녹아 있다. 어렸을 때 동생의 곰 인형에 코피가 묻어 ‘똥구멍 곰’이라 불렀지만, 동생은 그럼에도 그 인형을 사랑했다. 알렉스 우 감독은 “더럽고 불완전해도 여전히 사랑하죠. 그게 볼로니 토니의 영감이었고, 영화의 더 큰 주제에 대한 은유”라고 밝힌다.
알렉스는 80년대 영화의 열렬한 팬이다. 침대를 타고 달 위를 나는 장면은 ‘E.T.’에서, 샌드캐슬은 ‘라비린스’에서, 두 아이의 모험은 ‘구니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백 투 더 퓨처’의 ‘미스터 샌드맨’(Mr. Sandman)은 꼭 넣고 싶었다. 영화 속 꿈들은 실제 제작진의 꿈에서 나왔다. 그는 스태프에게 드림 저널을 나눠주고 꿈을 기록하게 했다.
2021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4년 넘게 진행됐다. 엔딩만 네다섯 번 바뀌었고, 캐릭터 이름도 밴드 이름도 계속 변했다. 알렉스 우는 픽사를 떠나, 자신의 가장 취약한 기억을 거대한 환상의 세계로 펼쳐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인 유어 드림스’는 불완전한 삶을 받아들이는 용기, 상처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는 힘, 그리고 아무리 엉성해도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에 관한 영화다.
<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