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나오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양질의 학습 데이터 고갈,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AI 성능 향상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또 막대한 인프라·기술 투자에 비해 경제적 성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78억 달러)이 매출(43억 달러)보다 훨씬 더 많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300억~400억 달러를 투자한 기업의 95%는 수익이나 업무 효율성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회의감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20년 전 ‘그린스펀 오판’의 데자뷔라는 경고도 나온다. 앨런 그린스펀은 1987~2006년 19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재임했다. 그는 시장의 자기 조절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초저금리 정책을 펴다가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거품 붕괴에 따른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I 투자 열기도 IT 버블처럼 과도한 기대감과 유동성 쏠림에 따른 거품이라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 AI 산업의 성장성이 크다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에 따르면 신기술들은 ‘출현→기대 정점→환멸의 골짜기→기술 성숙→안정’ 단계를 거치는데 생성형 AI의 경우 ‘환멸의 골짜기’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은 과도기 국면이지만 AI 기술이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AI 등 산업 투자는 일부 과열되더라도 주택 버블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 IT 버블은 빅테크 출현의 씨앗이 됐고 1840년대 영국의 철도 투자 거품은 철도라는 기반 시설을 남겼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AI 붐은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 AI 산업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분야도 강하다”고 지적했다. AI 거품론을 우려하기에 앞서 한국만의 AI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최형욱 / 서울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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