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교류 방식’ 정기 재검토 의무화…중·일 ‘대만 갈등’ 속 美 가세
▶ 美 정치권 “中의 대만 지배 시도 맞서 미국이 굳건히 서 있다는 메시지”
▶ 대만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의 초석”…中 “내정 간섭, 단호히 반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과 관계 심화를 촉진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 사태 발언'을 두고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미국의 이번 친(親)대만 행보가 중국의 추가 반발을 불러 민감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역내 갈등 지형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블룸버그 통신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만 보장 이행법'에 서명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는 공식적으로 단교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대만과 실질적 교류 관계는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자국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양측 간 접촉을 비공개로 하는 등 다양한 '자율 금지 원칙'을 레드라인으로 정해 운용해왔다.
미국 연방정부 소속 공직자들과 대만 관리들 사이의 '접촉 방식'에 관한 상세한 규정은 그간 미 국무부가 관리해왔다.
'대만 보장 이행법'은 이런 미국의 자율 제한 규정을 궁극적으로 타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이 법안은 초당파적 지지를 받아 미 연방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앤 와그너 하원의원(공화)은 "이 법은 중국 공산당의 위험한 이 지역(대만) 지배 시도에 맞서 우리가 굳건히 서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 법은 국무부가 5년마다 대만과 현 교류 지침을 검토한 뒤 제한을 더 풀 것이 없는지 기회를 모색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까지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 이래 수십년간 대만과 교류 과정에서 '자율적 금지 원칙'을 비교적 엄격하게 준수해왔다.
미국 현직 고위 공직자의 대만 공식 방문은 금기로 여겨졌다. 미국과 대만 당국자들 간의 만남은 양측 청사가 아닌 곳에서 비공개로 진행됐고, 사진을 포함한 공식 보도자료도 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이런 오랜 '자율 금지 원칙'에도 큰 변화가 생겨났다.
미국 현직 국회의원들의 대만 공식 방문이 잇따랐고, 2022년에는 미국의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언론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 대만을 공식 방문하는 역사적 이벤트도 벌어졌다.
오랜 외교적 고립에 익숙해진 대만은 크게 고무됐지만 중국은 이에 격렬히 반발해 사상 처음으로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방식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하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퇴임 직전 자국 정부가 대만과 교류·접촉을 할 때 스스로 정한 모든 제한 지침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관계 관리 차원에서 대만 교류·접촉 규정을 복원했다. 다만 자국 관리가 연방 정부 소속 청사에서 대만 관리를 불러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등 옛 규정보다는 일부 조건을 완화하기는 했다.
미국 관리들이 대만 당국자들과 접촉하는 방식에 관한 규정 문제는 일반인의 눈에는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을 미수복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비타협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만과 교류를 더욱 촉진하는 방향의 법을 도입한 것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 지지 강화의 기반이 될 미국의 새 법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급랭한 가운데 도입됐다. 이에 '대만 갈등'의 전선이 기존의 중·일에서 미·중으로까지 한층 넓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만은 이 법의 도입을 크게 환영했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은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초당파적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이 법은 미국 대만 관계 진전을 위한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도 "대만 보장 이행법의 통과 및 발효는 미국과 대만 간 교류의 가치를 보다 인정하고 더욱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자유·인권 등 양측이 공유하는 공동 가치의 견고한 상징이자 각별한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굳건한 대만과 미국의 관계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초석"이라며 "향후 대만은 미국 측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각 분야의 파트너 관계를 심화하며 글로벌 번영·발전에 안정적인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만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미국 및 지역 내 이념이 비슷한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로운 번영과 안정적인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국무원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한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이 대만과 어떠한 형태든 공식적인 교류를 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라며 "이러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라고 강조했다.
장 대변인은 이어 "미국 측의 해당 법안은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수교 성명)에 규정된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한다"라며 "또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분열 세력에게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는 이에 대해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하며 미국이 대만과 어떠한 형태의 공식적인 접촉도 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면서 "중미 관계의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정부는 수교 성명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고 명확히 약속한 바 있다"라면서 "이러한 범위 내에서 미국 국민은 대만 국민들과 문화, 비즈니스, 기타 비공식 관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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