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후 2개월 지날 때까지 첫 접종 말 것”…추가 접종도 엄격 제한
▶ ‘백신 회의론자’ 케네디 보건장관 영향…의료계 “근거없는 주장” 반발

5일 열린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회의[로이터]
미국의 백신 접종 정책을 좌우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오랫동안 유지된 '신생아 B형 간염 예방접종 권고'를 5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ACIP는 이날 회의에서 신생아의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바이러스 양성으로 나오는 1% 미만의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게만 권고하는 안을 표결로 채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현재 B형 간염 백신은 신생아의 감염을 최대한 빨리 차단하기 위해 생후 24시간 안에 접종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B형 간염에 걸린 신생아 중 약 95%는 만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권고안에서 ACIP는 산모가 바이러스 음성인 경우 신생아의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시작할지 여부와 시기를 의료 제공자와 산모가 논의하도록 했으며, 생후 2개월이 지날 때까지는 첫 접종을 하지 않도록 했다.
이로써 신생아를 B형 간염 바이러스에서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91년 도입된 보편적 권고가 34년 만에 폐기된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ACIP는 또 현재 첫 접종 후 1~2개월째와 6~18개월째에 이뤄지는 추가 접종을 하기 전에 'B형 간염 항체 검사'를 받도록 했다. 추가 접종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권고안은 CDC에 최종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ACIP에는 의료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인사들이 참여하며, CDC 소장은 이러한 ACIP의 권고안을 대부분 채택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ACIP는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월 모든 위원을 해임하고 자신의 성향과 맞는 인사들로 급조한 탓에 의료계 및 보건학계와 마찰을 빚어왔으며, 이번 권고안도 큰 반발이 예상된다.
CDC가 채택하는 안은 명목상 '권고'지만, 당장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에 영향을 준다. 백신 접종 비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의료 제공자에게도 법적 책임의 부담이 커져 사실상 백신 접종이 매우 어려워진다.
소아 감염병 전문가인 플로르 무뇨즈 박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에 기반했다"며 "극도로 혼란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루이지애나)도 "수십년 간 B형 간염 환자를 치료해 온 전문의로서, 이 백신 일정 변경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미 보건당국은 케네디 장관 취임 이후 기존의 정책을 뒤집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노인 같은 고위험군에도 권하지 않도록 했으며, 4세 이전에는 홍역·볼거리·풍진·수두(MMRV)를 한 번에 예방하는 혼합백신을 접종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지난 9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면서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고 발표해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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